한국일보

인종적 편견

2011-09-1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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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언론을 통해 접하는 한인 관련 범죄 소식들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같은 동포 간의 칼부림이나 보험금 수령을 위한 살인 등의 얘기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이러한 소식들이 주류사회 언론에까지 보도될 때는 우울함이 우려와 걱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혹시 이러한 보도 때문에 한인들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될까 보아서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한 주류사회 신문에 실린 뉴스는 나를 분노케 했다. 약 한 달 전에 버지니아 주의 폴스처치에 있는 에덴센터에서 도박관계로 다수의 베트남 사람들을 경찰이 연행, 구속하고 기소까지 했던 사건이 있었다. 에덴센터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여러 베트남 가게와 식당들이 있어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이 만나 서로의 안부도 묻고 세상 살아가는 얘기도 하며 젊은이들은 사랑도 나누는 곳이다. 즉, 이 지역의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가장 편하게 찾아 갈 수 있는 곳인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갱 조직이 연루된 불법도박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경찰이 급습을 한 것이다. 이 때 연행, 기소된 사람들 중 첫 다섯 명에 대한 재판이 며칠 전에 열렸다. 담당 검사가 재판 준비 부족을 이유로 일단 재판 연기 신청을 했는데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일단 한 명에 대한 재판이 열렸는데 증거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담당 검사는 나머지 네 명에 대해서도 기소를 취하했다. 그 날 재판을 보기 위해 나왔던 베트남 사람들은 재판 결과에 대해 기쁨과 안도의 환호를 보냈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무분별한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을 통해 접하는 내용 외에 따로 알고 있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 정말 공권력이 남용되었는지, 에덴센터에 갱 조직이나 불법도박 문제가 실제로 있는지 알 수 있는 입장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 보도를 대하면서 약 3년 전에 한인 타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애난데일의 한 기원에 경찰들이 대낮에 들이닥쳐 그 곳에서 바둑을 두고 있던 모든 사람들을 도박 혐의로 연행해 간 사건이 생각났다. 그 중 실제로 작은 액수의 판돈을 걸고 내기 바둑을 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이 그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무작위로 연행, 기소했다는 데에 있다. 철저한 조사를 거치지도 않은 채, 단순히 같은 한인이고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끌려갔던 여러 한인들이 모두 일괄적으로 기소를 당했던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오래 전에는 나도 교육위원으로 있으면서 한인 학생들이 종종 단체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학교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경우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 중에는 실제로 폭행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단순히 그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처벌을 받게 된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사건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채 같은 한인이기에 분명히 단체 폭력에 가담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적잖았다는 것이다.

편견이란 인간사회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없어지지 않을 삶의 멍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는 주류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러한 편견의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 캠페인이나 때로는 시위 등의 자극적인 방법을 통해 대처해 볼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한인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정책적인 면에서 다룰 수 있는 위치로 가능한 많이 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연방, 주, 로컬 정부기관처럼 상대적으로 봉급은 적지만 커뮤니티 전체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 몸을 담고 싶어 하는 자녀들을 말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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