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적재적소

2011-09-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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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경제팀 기자)

한인디자이너들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뉴욕 패션위크 무대를 장식하는 컨셉코리아가 4회째를 맞았다. 9일 링컨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도 수백명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매년 2차례 열리고 있는 컨셉코리아는 유명연예인을 초청,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올해도 역시 미스제이, 바네사 허진스 등 익숙한 얼굴들이 방문했다. 이들은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마다 자신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며 들떴을 것이다.

하지만 이 행사의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간다면 아쉬운 점이 있다. 뉴욕 패션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확보, 한국 디자이너들의 미국 진출을 돕는 것이다. 한국과 한국의 패션도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배우 허진스는 각 디자이너들의 작품 앞에서 디자이너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는 바로 돌아갔다. 행사에 대해 현장에서 제대로 된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면서 ‘이 짧은 방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20살을 갓 넘은 신예 스타가 과연 한국 의상에는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일면서 머릿속에 두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 4월 맨하탄 브라이언트 팍에서 열린 한식재단의 ‘한식 모바일 키친’ 캠페인에 나타난 배우 캘리 러더포드는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자신이 디자이너 손정완의 팬이라고 밝혔다. 이날 러더포드는 “패션위크에서 본 그녀의 옷이 아주 인상깊었다”며 한국에 관심도 생겼고 앞으로 한국도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패션에 대해서는 참 열정적으로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6월 맨하탄에서 열린 다큐 ‘김치 연대기’ 홍보파티에 참석한 배우, 휴 잭맨은 미국 취재진들에게조차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홍보에 나섰다. 그는 취재진들에게 “방송을 통해 한국문화와 한식이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며 “매워도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며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런 그의 모습은 OK매거진과 이그재미너 등 여러잡지에 실렸다. 잭맨은 딸에게 한복을 입혀 산책을 나갔다가 한때 파파라치에 찍히기도 했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다. 누드사진 노출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허진스지만 십대들의 우상이자 할리우드의 스타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날 행사에 초대받은 인사로써 행사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인물이었냐는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그나마 14일 발표된 문광부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패션은 흥미로웠다’는 그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어 위안을 삼아야 하나. 허진스를 통해 여러 10월호 잡지들에 컨셉코리아가 노출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놓치는 않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여운을 남길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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