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밀이 없다

2011-09-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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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아침이나 저녁에 컴퓨터를 열면 가장 먼저 이메일을 체크한다. 유튜브의 최신 이벤트나 화제가 된 동영상이 날아오기도 하고 꾸준하게 친구하자는 페이스북 친구의 권유도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 페이스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좀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를 열면 가장 먼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연다. 이메일은 개인에게 오는 소식이지만 트위터는 광범위한 친구들의 다양한 소식을 가장 빨리 전달해주기 때문이다.그들의 손에서는 스마트폰도 떨어지지 않는다.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하는데 글자가 휙휙 날아다니며 친구들과 따끈따끈한 실시간 소식을 주고받는다.

특히 마크 주커버그가 2004년 창안한 페이스북은 개인과 개인 다시 다른 개인, 또 다른 개인으로 무한정 친구가 연결되는 국제적인 인터넷 사교장이다. 젊은층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며 개인관련 정보와 사진까지 뜨다보니 입사시험이나 직원채용시 페이스북을 참고하겠다는 곳도 있다.그런데 실명, 사진, 성별, 나이 등 사용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다 보니 뜻하지 않은 비밀이 탄로 나고 각종 범죄에 이용될 위험도 있다.


2008년 페이스북은 뒤늦게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한정하고 사용자 스스로 안전장치를 했다해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아예 내노라 하고 자신의 가족과 생각,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1인 미디어인 블로그도 있다. 열린 검색이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유자재로 찾아들며 글을 남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비밀이 없다’. 우리 시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휴대폰, 유튜브와 같은 소셜 네트웍 서비스를 매일 접하면서 살고 있다. 9.11 10주년을 앞두고 바로 이런 소셜 네트웍이 우리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1일 아침 지하철역 앞을 지나는데 경찰 여섯 명이 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다. 갑자기 경찰 수가 늘어난 것을 보니 9.11 10주년을 앞두고 경계태세가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의 지도자가 제거되었지만 여전히 후임자가 이끄는 테러조직이 활동하고 있고 미국의 대테러전은 진행 중이다. LA타임스는 30일 9.11. 10주년을 앞두고 미국정부가 국민에 대한 감시에 골몰하면서 점차 ‘빅 브라더’(Big Brother)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가공의 인물로 ‘빅 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는 것은 모든 시민들이 텔레 스크린을 사용한 감시 하에 놓여있음을 뜻한다.

미국 정부는 9.11테러 이후 테러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분으로 전화나 이메일, 인터넷 계정 등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체제를 구축해 개인 정보를 다량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정보 보호에 엄격하던 법률이 정보기관에 재량권을 부여한데다 정보기술 관련 첨단기술의 도움까지 있으니 각종 정보수집이 한결 쉬워진 이유도 있다.원래 외국인에 한정된 것이 점차 내국인에게 확대되어 법적 통제 없이 은행거래 기록은 물론 각종 상품 구매내역, 전화통화 목록과 내용,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까지 파악한다니 이거야말로 사생활은 날아가 버렸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지하철과 버스, 기차, 비행기의 테러 예방을 위해서 모든 이의 이메일을 열람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국가안보 집행장’을 들이댄다고 할 때 대중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것처럼 다들 좌불안석일 것이다.블로그와 유튜브, 페이스북에 자랑삼아 자신의 사진과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도 자신이 그것을 알리는 주체가 되어야지, 남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그것을 악용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정부가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은 9.11 같은 인재(人災)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말 그대로 빅 브라더, 즉 ‘큰형님’의 감시를 받는 것 같아 영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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