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도의 반부패 운동

2011-08-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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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가 전무한 나라는 세상 어느 곳에도 없지만 특히 인도는 부정부패가 심한 것으로 최근의 외신이 전한다. 그 나라에서는 요람부터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라는 표현이 뇌물수수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출생 신고서를 빨리 손에 들고자 하면 뇌물을 구청 직원에게 바쳐야 하고 부모님의 사망확인서가 필요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벌금위반 딱지를 안 받기 위해서는 교통순경,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는 세무 공무원, 그리고 아이들을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교장에게도 돈을 바쳐야 하는 사회란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동지 규합을 위해 그리고 기업들은 공사 허가증을 받기 위해 뇌물을 바치는 게 당연시된다. 액수로 따지자면 작은 촌락의 경찰관은 20루피(미화 45센트)를 주머니에 넣지만 큰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에게는 몇 백만달러가 옷가방에 담긴 채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 같은 배경이 아나 하자레란 반부패 시민운동가의 단식투쟁을 설명한다. 군대의 트럭운전사였던 74세의 하자레가 두어 주 전 독립적인 부패척결 감시기관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면서 15일 간의 단식을 시작하려던 것을 경찰이 체포하자 수도 뉴델리만이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그를 지지하는 데모가 벌어졌다.


공원에서 단식하겠다는 그를 회유하여 단식기간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는 유치장에서 나가기조차를 거절했었다. 처음에는 그가 의회의 입법권에 간섭한다고 비난까지 하던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그의 단식을 허용하면서 널리 파급되는 데모의 압력 아래 부패법을 의회에서 심의하는 중 하자레의 의견을 고려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비폭력 저항주의의 창시자인 간디를 모방하여 무명옷과 모자를 쓴 하자레의 반부패 운동은 많은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의회에서 통과될 법이 수상실이나 사법부를 제외하는 정치인들의 법안일는지 또는 하자레의 주장대로 정치권의 최고위층에게도 수사권을 갖게 될 방대한 부패척결청의 법안일지가 주목된다.

최근 1~2년 동안 일부 장관들이 연루된 엄청난 부패사건들이 싱 총리의 의회파 연립 정부를 거의 마비시키다시피 했기 때문에 부패의 해결책은 인도 사회의 최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 12억 중 8억이 하루에 2달러를 가지고 사는 나라에서 작년에 있었던 영연방 경기 때에는 부패 때문에 40억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셀폰 허가를 둘러싼 부패사건은 정부에 360억달러의 세금손해를 끼쳤다는 숫자는 심각하다.

하자레는 여러 면에서 간디를 닮고자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간디처럼 단식투쟁을 전개하며 술, 담배 등을 전혀 손대지 않는단다. 또 간디가 자기의 이상을 실천하는 모범 부락을 가졌었던 것처럼 하자레도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주의의 대상은 대영제국이었던 반면 하자레의 반부패 단식투쟁의 대상은 인도 정부 또는 정치권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하자레의 반부패 운동의 확산에 일조한 셀폰이나 트위터 등 사회 미디어의 역할이다. 간디 시절에 없었던 미디어 혁명은 위정자들의 입지를 무척 좁게 만들고 있다. 하자레가 단시간에 반부패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 데에는 소설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그 자신은 정치적 목표가 없다지만 만약 인도 의회에서 통과될 반부패법이 종이호랑이 정도라면 그로 인한 국민의 불평 폭발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소설 미디어의 반정부 운동 선동 가능성은 소위 ‘아랍권의 봄’ 현상에서도 확인됐다. 순식간에 확산되는 소셜 미디어의 동원력이 사회에 순기능이 될는지 또는 역기능이 될는지는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치와 정국이 안정되려면 부정부패가 없고 정의와 적법 절차가 제대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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