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명+1명

2011-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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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그 기사에 눈을 크게 떴다. 필자는 뉴스 읽기를 즐긴다. 그래서 골고루 읽으면서 세상을 본다. 비교적 자세히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듬성듬성 읽으면서 리듬을 탄다. 사진을 훑으면서 친구들을 만난다. 가십을 읽으면서 입가에 웃음을 띤다. 그래서 이러쿵저러쿵 소리치는 사람들, 사건들, 의견들과 만난다. 이런 뉴스 읽기는 미디어를 가리지 않는다. 그 기사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겠지만 하여튼 눈길을 끈다. 작은 기사의 제목은 ‘NY시 80세 이상 고령 교사 12명’이다. 이것은 분명히 NY시 교사에게는 정년 퇴직이 없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은퇴하는 교사들은 자진하여 직장을 떠난다고 볼 수 있다. 12명의 교사들은 틀림없이 유능한 교사들일 것이다. 본인이 직장에 남고 싶어도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상관들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들은 현직 교사가 분명하다.

요즈음 사회의 큰 문제는 ‘청년 실업’현상이다. 한국도 이 지역도 모두의 근심거리가 된 이 상황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각종 불경기, 사람 대신 기계가 사무를 보는 현실, 세계적인 주가 폭락, 기후 변동의 피해, 사회적인 불안감...등 복합적인 재해는 현직 고령 교사들을 환영할 것인가. 글쎄? 하여튼 그들은 큰 소리 치고 있다. 그중 86세인 최고령자는 “시력이 나빠지고 움직임이 둔해졌지만 나이가 교육에 대한 나의 열정을 막지 못한다”고 한다. 다른 고령교사들도 ‘가르침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였다는 것이다.


그 기사에는 이 현상에 대한 사회의 소리는 담겨있지 않다.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 사회 일반은 이런 현실에 대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궁금하다. 특히 학생들이나 동료들의 반응이 알고 싶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가 유의할 점은 특수사정을 일반화된 경향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한국내 뉴스를 대할 때마다 염려되는 일이 있다. 바로 조기은퇴 현실이다. 개인이나 국가가 막대한 비용으로 양성한 인재들이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는 연령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것을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마치 아직도 사용할 수 있는 생활도구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생활하다 보면 거리 곳곳에 헌옷 수거함이 있고, 고장났거나 양도하고 싶은 가전기구 수거일, 수거장소를 알리고 있다. 그런데 값진 인재가 일회용 사용물이 될 수 있을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하는 즐거움과 보람일 텐데...

사회를 움직이는 일의 종류는 잡다하다. 연령에 제한이 있는 육체 노동력, 거의 연령 제한이 없는 정신 노동력, 기계적인 노동력,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보낼 수 있는 현대 감각, 수공업으로 이루는 개성적인 잡화...등 수만 가지다. 직종이나 직장의 수효가 나날이 늘어간다. 이는 대학이 학과목 수효를 늘릴 수 밖에 없고, 사회의 직종이 나날이 증가하는 현상을 이룬다. 그래서 한국
의 조기 퇴직자나 구직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정신적인 보수면 어떤가.

다시 먼저 고령 교사를 생각한다. 그들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공헌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 대접을 해서 고용하는 환경은 있을 수 없다. 특히 이 시대, 이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바로 그들의 특수한 공헌이 현직 교사로 남게 하는 비결이라고 본다. 표제에 있는 ‘12명’ 교사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1명’은 무엇을 뜻하나 궁금할 것이다. NY시가 계산에 넣지 않은 까닭은 ‘한국학교’가 특수 교육기관인 까닭이다. 말
하자면 여기에 또 한 명의 고령 교사가 한국학교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게 바로 필자인데 유감스러운 것은 최고령이 아닌 둘째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현재도 현장에서 하루 4시간의 교육 실험을 계속 중이다. 또한 한국학교는 청년 실업과 거의 관계없는 봉사단체이다. 그래서 큰 소리로 외친다. ‘고령 교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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