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

2011-08-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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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수필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우리말 가운데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 속담의 뜻은 부분에 얽매어 전체를 보지 못해 실수를 한다거나 결과만을 중요시해서 나머지 과정을 생략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가 있다.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다는 명사 리처드 칼슨 박사가 쓴 그의 산문집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에서도 지적했듯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종종대느라 정력을 낭비하고 인생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고 했다. 정말 우리는 작은 것에 집중하여 전체 시야를 흐리게 하는 때가 너무 많다.

나는 이 격언이 좋아 나의 인생을 살아오는 과정에서 이 말을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애썼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소한 것들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한 고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좀 더 거시적으로 사태를 보지 않고 부정적인 면에 집착하고 있을 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자신을 호되게 나무라며 나 자신을 바로 잡곤 했다.근 40여년의 교편생활에서도 많은 선생님들이 서로 부딪쳐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 때에도 선생님들에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고, 사명감 있는 교사로서 학생들과 학교를 더 크게 생각
하자고 설득하여 왔다.

또 교회생활 가운데에서도 성도와 성도사이, 성도와 목사님과의 관계에서 서로 상처 받고 헤어나지 못할 때에도 예수님과 하나님과의 관계 세우기에 더욱 힘쓰면 작은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믿어왔다.정치는 내가 정치가가 아니기에 항상 더욱 안타까운 점이 많다. 각 정파나 정당의 이익에 사로잡혀 이 나라의 장래문제는 도외시 하는 정객들에게 신물이 날 지경이다. 정치가들일수록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치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애들이 여름 방학을 맞이한 우리 집은 방학하기 전보다도 더 바쁘고 분주하기만 하다. 더 무엇을 챙겨 먹여야 하고, 어디 갈 때마다 차를 태워 주어야 하며 어질러 놓은 집을 부지런히 깨끗이 치워야 한다. 그리고 세끼를 꼬박 준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애들은 에어컨을 있는 대로 틀어놓고 컴퓨터에 앉아서 인터넷, 페이스북, 유튜브, 그리고 게임에 여념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번 학기에 High Honor를 했다고 6학년에 올라갈 손녀에게 처음으로 스마트 폰으로 사 주자 이번에 고등학생이 될 제 오빠는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 애도 스마트 폰으로 바꾸어 주고, 바꾼 김에 그 엄마의 핸드폰도 스마트 폰으로 바꾸자, 세 사람이 앉아서 각자 자기의 스마트 폰을 두들기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이 할머니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 광경을 보고 할머니는 중얼거린다. ‘참으로 너희들이야말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구나. 너희들의 진로를 열어주고 장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이 TV나 스마트 폰이 아니야. TV, 컴퓨터, 스마트 폰 사용을 과감하게 줄이고 책과 더 싸워야 하고 더욱 말하고 더욱 써야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이 할머니는 손자애가 붙여준 별명인 ‘김정일 같은 할머니’의 모습은 간데 없고, 입지가 더 좁아진 할머니, 초라하기만 한 할머니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음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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