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효자를 만드는 방법

2011-08-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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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있었던 ‘무조건의 효’라는 것은 이제는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자식들에 그나마 효자라는 이름표를 붙여 주려면 부모들 자신이 쓸모가 있는 사람으로 있어야 한다.

쓸모가 있는 부모! 아버지는 쓸모가 없어 나이가 들면 길가 나무 그늘 밑에서 먼 산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아이들을 돌보아 준다든가 살림살이를 해준다든가 적게는 밥이라도 해줄 수 있을 만큼 쓸모가 있어 그나마 아이들로부터 몇 조각의 말이라도 효자다운 말을 듣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어머니들이 그나마 그런 효도를 받는 것도 아니다. 어떤 어머니들은 자식들 앞에서 아예 자식들의 노예가 되어 눈치를 보며 살기에 바쁘다. 부모 된 죄라고나 할까?


자식들 앞에서 자식들보다는 부모들이 약하다. 부모 된 죄라고나 할까?

재벌가의 자식교육을 보면 삼성의 이병철씨나 현대의 정주영씨, 또한 그 외 재벌가를 들여다보면 돈이야 어떻게 벌던 간에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작은 존재라도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재산은 자식에게 넘기지 않고 스스로 관리한다.

엄한 선생님 밑에서 우등생이 나오고 엄한 부모 밑에서 효자 나온다고 했듯이 자식의 인격을 존중하면서도 도로선상 가운데에 선이 있듯이 갈 길과 올 길을 분명히 알게 교육을 시킨다.

그리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몸소 보여준다.

왜정시절 고급공무원을 하다가 이승만 정권시절에도 고급공무원을 하던 일평 박경명 선생은 “수고 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의 첫 자를 따 ‘수.미.고 운동’을 하면서 가정의 평안과 사회의 평화의 기본이라고 자식들을 가르쳐 자식들을 알게 모르게 효자로 키웠다.

맹자가 어머니에게 극진한 효도를 바친 것도, 글씨로 유명한 한 석봉이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말을 경청한 것도 엄한 교육과 가난 가운데에서도 갈 길을 알게 한 가르침 때문이었다.


현대에는 효자는 적고 불효자는 늘어 간다. 마음으로 돌보아주지 않는 것도 불효이고 무심도 불효이다.

한국에서의 독거노인들의 생활을 보면 지하방이나 반칸 방에서 지내는 노인이
많다.

거동마저 불편한 부모가 정부의 혜택도 받지를 못하고 떨며 산다. 자식이 있으니 자식더러 부양 하라는 이야기다. 자식이라고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노인들은 “주여, 나를 데려가 주소서...” 나오느니 한숨 섞인 노래뿐이다.

선진국의 자격은 불효자를 대신해 주는 정부의 복지 혜택이다. 미국의 선진국자격이 바로 복지혜택이다.

마음으로는 조국을 그리워하겠지만 불효자를 대신해 주는 미국이 있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미국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계속 지탱할 런지는 몰라도 다민족으로 구성된 이 싸늘한 사회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도 효자의 뜻은 몰라도 효자 구실을 하는 미국의 복지정책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아무리 많이 긁어가도 줄지 않는 햇빛 한 다발을 가슴에 안고 뉴 캐넌 시골 정거장 벤치에 앉아 약국을 찾는 길 건너 노인을 바라본다.

오래되고 늙은 기차 종착역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김윤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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