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아직 기회의 나라

2011-08-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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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속담에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있다. 비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 출세할 경우 그런 말을 들었다. 실제로 예전에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무리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집안에서 자랐어도 본인만 똑똑하면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또 졸업후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판·검사 중에도, 장·차관 중에도, 대학교수 중에도 ‘개천에서 난 용들’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행상하는 어머니 밑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공부한 끝에 현대건설 사장이 됐고, 서울시장이 됐고, 급기야 대한민국의 17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이런 속담을 좀체 들을 수가 없다. 아예 들을 생각도 못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일류대학 출신, 일류회사 직원이 아니면 어디서도 행세할 수 없고, 인정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일등이 되기 위해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나서서 전쟁을 치른다. 부자들은 돈을 쏟아부어 자녀들에게 온갖 과외공부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전쟁을 치르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가난한 집 자녀들은 과외나 특별수업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해 자연히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우리같은 소수민족에게도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남아있다. 한인들에게 미국에 온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보다 낳은 자녀교육을 꼽고 그 뒤를 이어 한국보다 제약이 덜한 비즈니스 환경을 꼽는다. 우수한 교육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열심히 공부시켜 미국 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기르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이뤄 노후를 풍요롭고 안락하게 지내겠다는 뜻이다. 한인들은 이를 위해 맨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을 흘렸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웠고 부도 일구는데 성공했다. 기회의 나라 미국에 이민온 목적을 나름대로 달성한 사람들이다. 어느 민족보다 뜨거운 한인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집념과 열기의 소산이다.


미국에서 자란 한인 2세들이 저마다 주류사회 곳곳에 진출해 괄목할만한 위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미국이 아직도 기회의 나라라는 것은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류사회 또래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자기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우리 2세들이 이미 수없이 많다. 이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주류사회 곳곳에 진
출해 한인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해마다 한인커뮤니티재단(KACF), 뉴욕가정상담소(KAFSC), 한인봉사센터(KCS) 등이 주최하는 모금 파티에 가보면 주류사회에 진출해 성공한 직장인, 전문인, 비즈니스맨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저마다 성공사례를 얘기하며 주류사회에 미치는 한인 2세들의 영향력을 자랑해 입이 벌어지곤 한다.

최근에도 본보가 한인봉사센터와 함께 해마다 주최하는 청소년 봉사프로그램에 대거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이민 1세들이 미국에서 이뤄낸 2세 한인들의 교육이 성공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인 2세 고경주박사가 차관보급 연방고위직에 있고, 그의 동생인 고홍주박사가 역시 연방국무부의 차관보급 요직인 법률고문직에 있다. 휴렛재단의 리아 서 프로그램 오피서는 연방내부부 차관보에 임명됐었다. 백악관 주요 부서에도 현재 10여명의 탁월한 한인 2세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히 몇 해 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직에 시각장애인 강영우박사가 발탁된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장애인이 기를 못 펴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얼마든지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확
실하게 입증해준 사례다. 강 박사의 아들 크리스코퍼 강도 이번에 연방판사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대통령 선임 법률고문직에 발탁됐다.

미국속의 한인자녀들도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또 어디서든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본인만 잘하면 얼마든지 ‘개천에서 난 용’이 될 수 있는 나라가 곧 미국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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