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의 전달이 최고의 유산

2011-08-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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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어둠을 만드는 인간이다. 미움을 뿌리고, 분쟁을 일으키고, 중상 훼방하고, 파괴하는 테러 족으로서 어둠의 원인 제공을 하는 인간들이다. 둘째는 어둠 속에 묻혀 사는 인간이 있다. 어둠의 상태가 편하기 때문에 처세와 재미와 자기 보호를 위하여 어둠을 묵인하거나 어둠에 편승하는 인간이다. 실리적인 것 같으나 비겁하고, 무난한 것 같으나 이기적인 인간이다. 셋째는 빛 속에 안주하는 인간이다.

남이 심은 과수의 열매를 즐기지만 자기는 나무를 심지 않는 인간이다. 남이 만든 평화, 제도, 복지, 시설을 즐겁게 이용하지만 내 땀은 보태지 않는 인간이다. 넷째는 빛이 되는 사람, 어둠을 물리치는 인간이 있다. 그는 등대를 지키고 어두운 바다에서 방향을 알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양초 같이 자기를 태워 빛을 발하는 자이며, 연필 같이 자신을 깎아 문장을 만드는 자이고, 스페어타이어 같이 한 구석에 쭈그리고 있다가 꼭 필요한 때에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다.

1944년 6월 20일 필리핀 바다에서 미 해군기들이 일본 함대를 공격하는 대규모 작전이 있었다. 몇 척의 항공모함으로부터 수많은 전투기들이 출격도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마크 미처(Marc Mitscher)제독은 “모든 함정은 불빛을 최대한도로 밝히라!”고 명령하였다.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등화관제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미군 함정들은 대낮 같이 바다를 밝히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담한 작전을 폈다. 적의 표적이 되더라도 아군 항공기들을 무사 귀환시키려는 작전이었다.


미처 제독의 ‘빛을 밝히라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80대가 무사 귀환하고 세 대만이 희생되었다. 조종사들은 그날의 감격을 이렇게 술회하였다. “너무나 찬란한 바다였다. 할리우드 개봉축하연과 차이나타운의 설날과 독립기념일을 합친 것 같은 축제가 우리 함정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빛 밝히기 작전은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아군에게 안전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3중의 효과를 창출하였다.

광복 66주년을 맞는 우리 민족에게 절실한 표어가 ‘빛을 밝히라!’는 말일 것 같다. 나는 빛을 발하는 삶을 희망이란 한 마디로 대신하고 싶다. 희망을 갖는 것이 곧 빛의 삶이다. 희망으로 기다리면 곤경을 이길 수 있다. 희망만 남아있으면 재기할 수 있다. 희망이 있으면 이민생활의 고생을 견딜 수 있고 눈물의 환경에서도 낙천적이 될 수 있다. 멀리 볼 수 있는 눈도, 너그럽게
볼 수 있는 마음도, 희망에서 생겨난다. 억울함 속에서의 위로, 병마와 싸우는 에너지, 고독을 생산적인 창조력으로 승화시키는 힘도 희망에 있기에 희망이 곧 빛이다.

희망은 당신의 시간에 활력을 주고, 당신의 앞날에 밝음을 약속한다. 사랑은 희망에 의해 키워지고 희망은 사랑에 의해 확실해진다. 희망은 그대를 맑게 한다. 지저분한 욕심의 철학에서 꿈의 철학을 향하는 날개를 달아준다. 남북한 동포들이여,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겨레들이여 희망을 놓치지 말자. 그것이 빛에 사는 것이다. 네덜랜드의 신학자 하켄딕 박사는 한 유대인 소년의 이야기를 그의 저서에서 소개하였다. 이 소년은 독일군을 피하여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어느 굴속에 숨어 있다가 굶어죽었다. 소년은 이런 글을 쪽지에 남겼다고 한다. “나는 지금 햇빛을 볼 수 없으나 저 밖에 분명히 햇빛이 들고 있음을 믿는다. 지금 하나님은 말이 없으나 분명히 이 굴속에 하나님이 계심을 믿는다. 지금 나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식을 모르지만 분명히 하나님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얼마나 확실한 신앙고백인가!

요한복음 기자는 빛이 세상에 왔는데도 사람들은 빛보다도 어둠을 더 사랑했다고 한탄하였다.(요3:19-20) 인생은 어떤 면에서 흑암에 쌓여있다. 그러나 흑암을 물리치는 비결은 빛 속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최고의 유산은 후손에게 빛을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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