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린 홈’ 으로 장기불황 뚫는다

2011-07-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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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업계 친환경 주택 경쟁

주택 건축업계가 주택시장의 극심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건축업계가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바로 ‘그린 홈’. 친환경 주택 개발로 기존 주택과의 차별화를 시도해 잔뜩 가라앉은 신규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한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다.

벌써 6년째로 접어든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소형 주택 건설업체 물론 대형 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친환경 주택인 ‘그린 홈’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경쟁상대는 타 주택 건설업체가 아닌 바로 한 차례 이상 매매가 실시된 재판매 주택들이다. 특히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차압 및 숏세일 등 급매성 매물이 주택 건설업체들의 주 경쟁상대로 업체들은 그린 홈을 내세워 이들 급매성 매물과의 차별화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미국 주택 건설업체들의 친환경 주택 건설현황에 대해 소개한다.



차별화로 재판매 주택·차압매물 등과 경쟁
1~2만달러 비싸도 에너지 고효율·세제혜택
시설평가·주택값 감정 등 통일된 기준 시급


■ ‘그린 홈’시장 규모 급성장
뉴욕 소재 건설업계 조사기관인 맥그로 힐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신규 주택 거래의 2%를 차지했던 ‘그린 홈’ 거래 규모가 지난해에는 무려 16%로 급성장했다.

거래액 규모로는 약 160억달러 규모로 큰 폭의 증가를 보였으며 이같은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주택 건설업체가 ‘그린 홈’ 건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기존 주택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것 외에도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워싱턴 소재 건설업 로비단체인 LBA의 클레이튼 트레일러 정책 연구원은 “‘그린 홈’ 건설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주택 건설 때 적용되는 각 주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주택 건설업계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대로 건설 업체마다 친환경 주택 건설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텍사스 소재 건설업체 루복의 창업자 론 베텐바우에 따르면 주택 수요가 강하고 에너지 비용이 타주에 비해 매우 낮은 서부 텍사스의 경우 그린 홈에 대한 바이어들의 인기가 높지 않다. 일반 주택과 그린 홈의 에너지 비용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용 회수 기간도 친환경 주택 판매의 큰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주택 구입에 소요된 추가 비용이 회수되는 기간을 잘 예측해 판매 가격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텐바우는 “최근 바이어들의 추세에 비춰볼 때 2년 내에 추가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면 ‘그린 홈’이 일반 주택에 비해 승산이 있지만 이보다 길어진다면 굳이 그린 홈 건설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넷 제로’ 홈스
자체 에너지 발전시설을 갖춘 ‘넷 제로’(Net Zero) 주택이 차세대 친환경 주택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넷 제로 주택은 일반 주택이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자체 발전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택이다. 대표적인 주택 건설 업체 메리티지 홈스가 지난 4월 이후 약 12채를 지어 분양했는데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넷 제로 주택의 분양가는 일반 주택에 비해 약 1만~2만달정도 비싸지만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세제혜택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 메리티지사가 개발한 주택은 일반 주택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약 35% 정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렌트 앤더슨 메리티지 대변인은 “넷 제로 주택은 조금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일반 주택과의 거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 KB홈스사도 이에 뒤질세라 최근 개발한 태양열 개발 단지 내에 이들 넷 제로 주택을 옵션으로 선보였는데 KB에 따르면 일반 주택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약 30% 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 경쟁 상대는 재판매 주택
친환경 주택 건설에 나서고 있는 건설 업체들의 경쟁 상대는 타 건설업체가 아니라 재판매 주택이다.

이미 지어져 한 차례 이상 판매된 적이 있는 주택과 차별화를 통해 신규 주택 판매량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주택 가격 하락의 주범인 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 등의 급매성 매물과의 가격이 힘들기 때문에 이들 매물과의 시설 경쟁을 통해 수요를 높이겠다는 것이 건설 업체들이 걸고 있는 기대다.

또 업체 간의 경쟁을 피하고 다양한 바이어 층을 개발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 이들 친환경 주택 건설 업체들의 또 다른 판매 전략이다. LA에 본사를 둔 대형 건설업체 KB 홈스의 경우 첫 주택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스티브 러프터 대표는 “첫 주택구입자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시설을 갖춘 신규 주택 구매가 소비자 비용 절약 측면에서 얼마나 유리한 지를 알리는 것이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주택 건설업체 메리티지 홈스의 경우 다양한 친환경 주택 옵션을 앞세워 작은 주택에서 큰 주택으로 옮기려는 바이어들을 주 타겟으로 공격적 친환경 주택 판매에 나서고 있다.


■ 단일 평가 기준 절실
주택 건설업계는 환경관련 기관 마다 제각각의 친환경 주택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현실이 친환경 주택 거래를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10여개의 친환경 주택 평가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는데 통일된 단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건설업 단체인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가 운영중인 친환경 주택 평가 프로그램은 자체 기준에 따라 친환경 주택을 ‘브론즈’ 등급에서 ‘에메랄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비영리단체 녹색빌딩위원회(U.S. GBC)의 경우 친환경 주택을 ‘자격’(certified)과 ‘플래티넘’ 등급 등으로 분류하고, 연방환경보호국(EPA)은 가전제품에 적용하는 ‘에너지 스타’ 프로그램을 친환경 주택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기관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친환경 주택을 평가하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친환경 주택 구입 때 적절한 비교가 쉽지 않다.

현재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연비 효율성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갤런당 마일’(MPG)과 같은 단일 기준이 친환경 주택 시장에도 마련돼야 친환경 주택 시장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친환경 주택 거래 저조 이유
업계에서는 친환경 주택에 대한 잠재 수요가 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주택 시장의 침체 탓으로 친환경 주택에 대한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보고 있다.

재판매 주택은 물론 신규 주택에 대한 거래가 곤두박질 치고 있고 대기중인 차압 매물이 주택 가격을 더 끌어내리 것으로 우려돼 친환경 주택의 장점이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주택의 가격은 1년 전보다 3.4% 하락한 약 22만2,600달러를 기록했다. 신규 주택에 대한 판매는 2005년 7월 이후 무려 77%나 하락했다.

건설업계는 또 친환경 주택의 가치가 적절히 감정되지 못하고 있는 관행도 친환경 주택 거래를 막고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주택이 일반 주택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은 반면 친환경 시설이 적절히 감정되지 않아 주택 구입자들이 주택 대출 때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연방정부 보증 주택 융자를 발행하는 은행들은 친환경 주택 구입자들의 예상 에너지 절약 비용을 융자 심사 기준에 포함할 것으로 요구하는 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 시행되면 친환경 주택 거래가 크게 활성활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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