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업장서 땀흘리는 젊은이들 2) 세탁소-전현우 군
2011-07-14 (목) 12:00:00
맨하탄에 세탁소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창덕씨가 아들 전현우군에게 세탁물 포장(bagging)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보통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할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업장이 세탁소다. 특히 여름에 스팀 다림질을 할 때면 에어컨이 무용지물인 곳이다.
명문 아트스쿨로 이름 높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1학년에 재학중인 전현우군은 여름 방학을 맞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땀을 흘려보고 있다. 전 뉴욕한인축구협회장인 아버지 전창덕씨가 첼시에 운영하고 있는 런던 테라스 클리너에서 하루 6시간씩 일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전군은 매장 매니저의 지도에 따라 주문을 받고 리스트를 정리하고 태그를 붙이고 공장에 보내고 포장하는 일까지 체계적으로 세탁일을 배우고 있다.
중,고등학생 시절 파트타임일 한번 안 해보고 공부만 하며 곱게 자란 외아들이라 어려운 면도 있다. 전군은 “생각보다 참 복잡하지만 재밌는 일”이라고 말한다. 가끔씩 아버지의 가게에 들를 때마다 받았던 인상과는 다르게 “단지 몸을 쓰는 일이 아니고 섬세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다”는 것이다. 손님들의 까다로운 주문을 숙지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아버지 전씨는 “실질적으로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아버지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더 나아가 이민 1세대들이 어떻게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왔는지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소중한 기회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취업난이 전군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1학년으로서는 유급 일자리는커녕 인턴 자리도 얻기 힘들어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전씨는 “한 번 아버지 가게에서 일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보수도 줄 수 있다는 말에 한달 가까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군은 “곧 월급을 받을 때가 됐는데 얼마를 줄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전씨는 “방학에 집에서 오락이나 하고 저녁엔 술만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주위에 적지 않다”며 “이럴 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어떻게든 자녀들에게 땀을 흘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씨처럼 비즈니스를 갖고 있는 부모라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매이션 제작자를 꿈꾸는 전현우군에게도 올 여름방학은 새삼 부모의 노고를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박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