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융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한인 바이어들은 VOE (Verification of Employment Program)을 통해 융자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집값의 20% 다운으로 ‘직장 증명’(VOE)이 되고 크레딧 점수가 700점 이상이면 2년 치 세금보고 없이도 융자가 나왔던 프로그램이다. 당사자의 직장에 전화 한통으로 본인의 직장 고용상태만 확인하는 것으로 심사를 마치는 프로그램이어서 일부 세금보고를 줄여서 보고하는 많은 바이어들에게 둘도 없이 좋은 프로그램 이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을 주로 다뤘던 한인 홀세일 융자회사가 정부 당국의 감사를 받고 문을 닫는 바람에 이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지면서 일대 대란이 일어났다. 자영업자 등 많은 한인 바이어들의 낮은 세금보고 액수로 인해 살 집에 대한 모기지를 갚을 능력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융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 융자회사는 워싱턴 DC 등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한인 융자 회사들이 이 회사를 통해 융자상품을 제공하면서 이번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한인 바이어들이 VOE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니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집을 팔지 못해 힘들고, 융자 브로커 역시 일거리가 없어 개점휴업인 상태가 많다. 이자를 받아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은행 역시 돈을 빌려줄 수 없게 되어 손해를 보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의 가장 중요한 경제 엔진 중 하나인 부동산 업계가 융자 프로그램 하나 때문에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많은 한인들이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992년 발생한 LA 폭동이나 1994년 LA 지진으로 업체를 잃어버린 많은 한인들이 정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정확한 세금보고 자료가 없었던 점이다. 예를 들어 당시 연 10만달러를 벌었는데 세금보고는 4만달러밖에 하지 않았던 업체에 대해 정부에서는 4만달러 이상을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집을 사려면 모기지 상환 능력 외에도 다운페이먼트의 출처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일단 다운할 돈이 은행에 2개월 동안 들어 있어야 하며 입금된 돈도 1만달러 이상이면 모든 출처를 물어보므로 확실한 근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다운할 돈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 돈이 있어도 돈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즉 돈이 휴지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된다.
자바시장에서 큰돈을 벌고 있는 일부 한인 업주들이 집에 구덩이를 파서 금고를 만들어 돈을 숨기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렇게 숨긴 돈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세탁’이라는 불법행위를 거쳐야 한다.
정말로 수고해서 번 돈 - 제대로 세금 내면서 마음 놓고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백두현
경제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