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정가’너무 낮아 매매 무산‘분통’

2011-06-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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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거래 장애 요소들

대출문제 크레딧 보고서·소득 증명서 등 정비필요
타이틀 이슈 주택경계·증개축 등 꼼꼼히 점검해야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요즘 집을 파는 일이 정말 큰일처럼 여겨진다. 값싼 숏세일, 차압매물 등과의 매매 경쟁도 쉽지 않고 대출조건을 갖춘 주택구입 희망자를 찾은 일도 어렵다. 집을 사는 일도 예전처럼 수월하지 않은 요즘이다. 맘에 드는 집을 찾아도 강화된 대출조건 장벽을 넘어야 하는 등 에스크로를 끝낼 때까지가 산 넘어 산이다. 최근 주택 거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알아본다.

■감정가


연방 정부가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조건을 강화토록 하면서 가장 먼저 정비에 나선 것이 바로 감정평가 절차다. 감정가 부풀리기 식의 적당한 감정관행을 뿌리 뽑고 주택 대출 때 정확한 시세를 반영하기 위해 감정절차를 대폭 정비했다. 우선 셀러가 지정한 감정사 대신 은행이 지정하는 감정사만이 주택 감정을 실시해야 한다.

때로는 이들 은행 측 감정사들이 지역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터무니없이 낮은 감정가를 제시하며 셀러와 바이어의 애를 먹이는 경우가 많다. 또 감정가 책정을 위한 비교 대상 매물이 드물거나 급매성 매물뿐일 경우에도 낮은 감정가로 인한 주택거래 무산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감정가가 낮게 책정되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

수백만 채에 달하는 연체 주택 및 차압매물 처리에 현재 속을 앓고 있는 은행 측은 새로 대출되는 주택마저 차압 대열에 합류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주택 감정 때 최대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낮은 감정가로 인한 주택거래 무산은 최근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센추리 21 소속 중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무려 4분의3 이상의 응답자가 낮은 감정가로 바이어들이 주택 대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0%가 낮은 감정가로 인해 거래가 무산되거나 지연된 경험이 있다며 낮은 감정가를 주택거래를 망치는 주범으로 꼽았다.

낮은 감정가로 인한 피해는 주로 셀러 측으로 돌아간다. NAR의 조사에서는 약 15%에 해당하는 셀러들이 감정가와의 차액을 맞추기 위해 거래가를 낮춰야만 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바이어가 낮은 감정가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리콘 밸리 지역의 부동산 업체 세레노 그룹의 한 중개인에 따르면 최근 한 고객이 샌호제 지역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셀러와 106만달러에 거래를 체결했으나 감정가가 98만달러로 나오는 바람에 대출이 거절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결국 샌호제의 주택을 맘에 들어 하는 이 주택 구입 희망자는 8만달러의 차액을 더 지불하지 않으면 ‘드림 홈’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렌더의 수리 요구

주택의 상태가 렌더의 대출조건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대출 지연이나 거절로 주택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렌더들은 주택의 상태가 완벽해야 주택 대출에 나서기 때문이다.


워싱턴주 벨뷰 지역의 융자 중개인 브라이언 와일리 역시 방충망 부실로 렌더가 대출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주택 거래가 지연된 경험을 털어놓았다. 주택 거래 계약서 상에 명시된 방충망이 실제로는 주택 내 어디에도 설치되지 않았고 주택 감정사가 이같은 사실을 감정보고서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렌더가 대출을 중지했다는 것이다.

결국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방충망이 설치되고 감정사가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야 대출이 승인돼 주택 거래가 마무리됐다. 과거 같으면 렌더 측이 주택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대출을 우선 승인하고 에스크로 마감 후 셀러의 거래대금 중 일부를 에스크로를 통해 수리비용으로 지불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최근에는 어림도 없는 기대다.

주택 상태로 인한 주택 거래 지연을 막기 위해서는 홈 인스펙션을 철저히 실시하고 문제가 지적될 경우 즉각 수리에 나서도록 한다. 또 앞서 예로든 와일리와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주택 상태가 거래 계약서 내용과 일치하는 지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 타이틀 이슈

주택 타이틀과 관련된 이슈로도 뜻하지 않게 주택 거래가 깨지기도 한다. 거래가 완료되기 전에 점검이 필요한 타이틀 관련 조사로는 유치권(lien), 건축허가, 주택 경계선 등이 있다.

▶파산: 셀러가 파산을 신청한 경우 일부 채권자들이 주택 거래 대금의 일부라도 받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유치권을 설정하기도 하는데 특히 최근 이같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건축업자 유치권: 셀러가 과거에 실시한 공사 대금이나 물품 대금이 지급 안 돼 공사 업자나 물품 제공업자가 설정한 유치권이 해결되기 전에 주택 거래가 완료되기 힘들다.

▶법원 판결문: 셀러가 재판에 패소해 법원으로 판결 받은 금액을 미지급된 경우로 인해 주택 거래가 지연되거나 취소되기도 한다. 이혼으로 인한 자녀 양육비나 이혼 수당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건축 허가: 주택 증개축 공사가 적절한 승인 없이 실시된 사실이 발견되면 바이어가 주택 거래 완료 전 셀러로 하여금 적법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지만 거래가 지연되고 최악의 경우 주택 거래가 취소될 수도 있다.

주택의 경계가 실제와 다른 경우 주택 거래가 지속되기 힘들다.

타이틀 보고서를 발급받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타이틀 관련 이슈들을 점검할 수 있다. 대부분의 타이틀 보고서에는 주택에 설정된 각종 선취 특권(lien)이 기재되고 주택의 경계선도 나와 있다. 또 셀러로 하여금 타이틀 보험을 가입해 줄 것으로 요청하고 필요시 추가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타이틀 보험 업체가 보험 가입을 거절하면 그만큼 주택에 ‘찜찜한’ 사항이 많다는 설명으로 전문가들은 이 경우 굳이 주택 거래를 밀어붙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출 장벽

주택 대출 거절로 거래가 무산됐다는 이야기는 이제 전혀 새롭지 않을 정도로 주택 거래를 망치는 가장 흔한 이유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 전체 모기지 신청건수 중 약 4분의1이 거절될 만큼 주택 대출사정이 악화됐다. “최근 렌더들은 최상의 조건을 갖춘 ‘알짜’ 바이어에게만 주택 대출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중개인들의 불평일 정도다. 센추리21 소속 중개인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분의3이 최근 6개월간 주택 대출이 거절돼 한 건 이상의 주택 거래가 취소된 바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은행 측의 사정도 설문 조사 결과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주택 대출이 더욱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의 렌더들이 자영업자의 주택 대출 심사 때 과거 2년치 세금보고서를 요구하는 데 실제 소득보다 낮게 보고했던 자영업자들은 주택 대출 때 불리한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높은 주택 대출의 장벽을 뛰어넘는 길은 철저한 사전 준비밖에 없다. 만약 주택 구입을 계획 중이라면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크레딧 보고서나 소득 증명서 정비에 나선다.

이 기간 중 다운페이먼트 금액을 마련하며 기타 대출 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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