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 ‘반전’을 기대하며

2011-06-1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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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니 친구들끼리 모여도 미국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 double deep)에 빠졌느냐 아니냐를 두고 나름 심도 깊은 대화가 오고 간다.

지난해 말에 주택을 구입한 친구는 “그때도 주택 가격이 바닥을 쳤고 이자율이 최하라고 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더 내려갔다”며 더블딥이 맞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친구는 “올해 들어 투자 이민 의뢰가 좀 늘어나나 싶더니 5월 이후로는 문의조차 끊겼다”며 경제 회복이 더디니까 투자 이민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건축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친구의 사정은 좀 달랐다. “견적을 봐 달라는 고객이 늘어서 바빠졌고 건축 자재를 주문하면 주문이 밀려 자재가 배달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경제가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백악관은 현재 경제 상황은 일시적 ‘역풍’을 맞은 상태이지 다시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월스트릿저널이 경제 전문가 54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6%가 더블딥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경기가 상승하다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는 일시적 경기 하강인 소프트패치(soft patch)라는 의견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더블딥이나 소프트패치, 일시적 역풍 모두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본질적으로 경기가 아직도 침체라는 사실은 쉽게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제지표가 4월 이후로 대부분 하향 곡선이지만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지 않는 한 더블딥이 확실하다고 외치는 경제학자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는 한 함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경기 침체에 대한 기사가 자꾸 나오니 당연히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

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들도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서 바로 고용을 늘리고 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과 시설 투자를 늘려도 앞으로 수익이 남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만 새로 직원을 구하고 설비에 투자하는 것 이다.

엉뚱한 비유이기는 하지만 연애에 한번 크게 실패하면 다음 애인을 사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난을 겪고 났으니 회복이 쉽게 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여름이 지나야만 더블딥의 여부와 경제 회복에 대한 좀 더 확실한 전망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경제 ‘반전’에 대한 기대를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로 표현한다. 올 여름 미국 경제가 골짜기에 빠져 다시 한 번 헤매게 될지 아니면 높은 산으로 등정을 시작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깊은 골짜기를 헤매다 나와서 높은 산을 오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연신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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