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샬롬과 쌀람

2011-06-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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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관해 많이 거론하고 있다.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로 보이지만 유대인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이고, 우호적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대단한 작가의 영향으로 유대인에 대해 비호감으로 선회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는 기사도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총리가 미국 상하의원 합동연설회에서 무려 스물아홉 차례의 기립박수를 받는 열광적인 지지 속에 연설을 마쳤다.

물론 미국 의회는 거금 9,700만달러 상당의 공식 로비자금을 전달받고 있는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응집된 곳이기도 하다. 마치 미국의 상하의원을 자국의 선거 유세장 같은 분위기로 만든 이스라엘 총리의 연설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바로 전 5월19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경계를 1967년 이전으로 돌려놓고 평화협상을 시작하자는 제안에 대한 답이었다. 이 연설 때문이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한 발 내밀었던 협상안을, 슬그머니 물러나는 모양새로 바로 사흘 만에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입장을 철회하였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1967년 이전의 국경선은 2004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때 언급했던 것이다. 이 중재안대로라면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의 서쪽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네탄야후 총리의 연설에 대한 미 상·하의원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대해 반응이 두 가지로 엇갈리는데, 한 쪽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통적인 관계와 민주주의에 대한 두 나라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긴밀한 유대감이 이런 반응이 나오게 했다고 하고, 또 다른 의견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860만달러 상당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돈의 힘이라고도 하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도 아마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1990년대 초 이스라엘의 점령지구인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군의 총탄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어린 젊은이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숨진 이스라엘 소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시사만화가 있었다. 미국의 도서 출판상을 받았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사이의 분쟁의 역사를 잘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팔레스타인은 지중해와 요르단강 사이의 현재 이스라엘에 속해 있는 곳으로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와 요르단 등에 싸여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기원 전 12세기께 남부 그리스에서 마차와 철제 무기들을 가지고 들어온 부족들이 그 지역 원주민과 융화하여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블레셋으로도 불리는 강한 나라가 된다. 그리고 히브리 성경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인 가나안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여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조상에게서 이어받은 성지로 4복음서가 모두 이 지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적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이유들 때문에 오랜 동안 두 나라 사이의 분쟁지역이었다.

이 후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으로 고대 그리스의 통치 하에 들어가기도 했고, 로마의 지배를 받기도 하는 등 수천년 동안 계속 외세에 시달려온 지역이다. 제1차 세계 대전 때에는 독일편을 들다가 독일이 전쟁에 지자 승리한 연합국 중의 한 나라인 영국령이 되고 만다. 영어와 아랍어 그리고 히브리어를 공용어로 채택해 그 지역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동유럽에서 시작된 반유대주의가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나자 이스라엘의 시온주의가 시작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귀환하기 시작하자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싸움이 되고 만다. 이렇게 이스라엘 민병대의 끈질긴 공격이 시작되자 영국은 골칫덩어리 팔레스타인 통치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국제연합에 팔레스타인의 운명이 맡겨졌다.

끝없는 공격으로 아랍인들과 유대인의 사이가 점점 악화되자 1947년 국제연합은 투표를 통해 3분의2의 찬성으로 팔레스타인의 분할을 채택했고 이에 반대하는 아랍인들의 폭동과 공격 속에서도 1948년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선언 후에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와 이라크 등의 침입으로 제1차 중동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랍인들의 반발로 국제연합의 팔레스타인 분할안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1949년 정전협정으로 팔레스타인은 이집트와 요르단 그리고 이스라엘의 영토로 나눠지며 70만명의 아랍인들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추방되어 아랍국가에 흡수되거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슬람 지역에 살던 유대인들도 역시 80만명이 이스라엘로 흡수되거나 20만명 정도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났다. 그 후 2차, 3차의 중동전쟁이 있었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이스라엘의 승리로 웨스트뱅크와 가자지역이 이스라엘에 점령되었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은 언제나 친이스라엘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까닭으로 생긴 아랍 국가들의 반미정서의 결정적 사건 중 하나가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사태이었다. 이스라엘 총리도 미 상하의원에서 한 연설 중에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일을 치하하였고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이다.

이스라엘말의 ‘샬롬’과 팔레스타인의 ‘쌀람’은 모두 평화를 뜻하는 인사말인데 60년이 넘게 ‘세계의 화약고’ 안에서 살아가는 두 민족에게 언제나 이 평화의 인사말이 오고갈지 요원하기만하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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