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이란 어떤 곳인가

2011-05-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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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가정이란 어떤 곳인가? 세상 근심은 밖으로 문 잠그고 평화와 위로는 안으로 잠긴 곳, 실수와 허물은 가려지고 사랑과 만족이 꽃 피는 곳, 아빠에겐 천국, 엄마에겐 온 세상, 아이들에겐 파라다이스가 되는 그런 곳이 가정이다.

그대가 최고로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그대를 알아주고 용서하는 곳, 그대의 편들이 그대를 도우려고 기다리는 곳, 그런 곳이 가정이다.집이 있고 가구가 놓였다고 가정이 꾸며지는 것은 아니다. 방에 웃음이 있고 얼굴에 만족이 있어야 가정이다. 잠자고 밥 먹는 장소가 모두 가정은 아니다. 따뜻한 마음이 오가고 정다운 대화가 있으며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곳, 그 곳이 바로 가정이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컴퓨터가 있는 공부방을 꾸며주었다고 해서 가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그들에게 친구와 스승이 되어주는 부모가 있어야 가정이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갖다 주고 남편의 옷을 다려주었다고 해서 가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직함과 사랑을 주고받아야 가정이다.

가정이란 아기의 웃음소리와 어머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 따뜻한 심장과 행복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곳, 서로의 성실함과 우정과 도움이 만나는 곳, 아이들이 맨 처음에 경험하는 학교가 가정이다. 상함과 아픔이 싸매지고 기쁨과 슬픔이 나눠지는 곳, 어버이가 존경 받고 아이들이 사랑 받는 곳, 조촐한 식탁도 왕궁이 부럽지 않고, 돈이 그다지 위세를 못 부리는, 그렇게 좋은 곳이 가정이다. 나라들이 각각 사상은 달라도 가정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생각이 일치하고 있다. 가정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관(institute)이고 가장 견고한 사회의 기초이다. 사슴이 떼를 짓는 동물이고 새가 무리를 이루는 동물인 것처럼 인간은 가정을 갖는 동물이다. 인류학자 보해넌(Paul Bohanan)박사는 “가정은 인간의 본능에 뿌리박혀 있고 인간의 세포 속에 깊숙이 스며있다”고 하였다. 모든 인간이 성공을 추구하지만 실상 최대의 성공은 행복한 가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어떤 곳일까? 위로를 기대하기보다 식구들을 먼저 위로하고, 이해를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이해하며, 가시 돋친 말이나 비평보다 감싸 주고 서로 격려하는 곳,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교실, 젊은이에겐 언제나 의지가 되는 마음의 고향, 작은 천국 평화의 안식처가 가정이다.
가정은 제각기 들어와 자고 나가는 여관이 아니다. 정성 주고 시간 주고 미소 주는 사랑의 동산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비평은 천천히 하고 감상은 빨리 하라. 의심은 천천히 하고 신뢰는 빨리 하라. 폭발은 천천히 하고 이해는 빨리 하라. 후회는 천천히 하고 용서는 빨리 하라. 요구는 천천히 하고 주기는 빨리 하라. 시비는 천천히 하고 화해는 빨리 하라. 숨김은 천천히 하고 표현은 빨리 하라.

종은 당신이 울려야 종이 되고 노래는 당신이 불러야 노래가 되며 사랑은 당신이 표현해야 사랑이 된다. 아내가 먼저 표현해 오면 나도 사랑하겠다는 남편은 아마도 평생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는 기다림이 필요 없다. 한국인이 말해 온 겸양지덕(謙讓之德)은 사랑의 표현에 있어서는 금물이다. 우리가 미국에 살며 그들에게 꼭 배워야 할 두 마디가 있다. 그것은 ‘I love you’와 ‘I am sorry’이다. 가족끼리도 이 두 마디를 애용하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진짜 겸양지덕이다. 대통령이든 농부이든 자기 가정에서 평화를 누리는 자가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 사람은 행복을 찾아 사방을 헤매지만 결국 집에 돌아와서 그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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