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격 나쁜 사람

2011-04-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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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빈 (교도소 심리학자)
사람의 성격이란 무엇이며 그 종류와 형성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하여 다루는 분과를 심리학에서는 성격론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는 물론 사람의 성격을 좋다 혹은 나쁘다고 하지 않고 그것은 정상이다 혹은 비정상이다 라고 표현한다. 비정상적인 성격을 때로는 성격질환(personality disord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만사를 좋다 혹은 나쁘다고 분간하며 사는 것은 인간의 가치기준을 구비하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요, 인간에게 종교와 도덕, 윤리체제가 있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그러므로 성격 나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하여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성격이 나쁜 사람이 되는 이유는 그의 심리를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적개심이 들어있다고 간주한다. 단지 개개인에 따라 크고 적게 적개심을 나타내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적개심이라는 용어에는 적(敵) 다시 말해 원수라는 뜻이 들어있고 영어의 hostility의 원어인 라틴어 hostis는 원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적개심은 원수감정이라는 말이 되고 그 원수 되는 상대에게 해와 상처를 입히고 그 상대를 없애고 싶어하는 심성이 바로 적개심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불안정과 불만족과 위험이 있는 세상 속에서 살면서 인간은 아무리 좋은 여건을 갖췄을지라도 그 속에 크고 작은 차질감과 불안감, 위험감을 쌓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마음속에 쌓이는 부정적인 감정은 적개심이라는 응어리로 뭉치고, 주위와 옆사람을 향한 무서운 증오심으로 나타난다.


교심리학의 조사에 의하면 동물에게는 공격심은 있으나 적개심은 없다고 한다. 적개심은 그러므로 인간 특유의 심리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격이 나쁘다고 지적될만한 사람은 그러니까 그의 속에 많은 적개심을 갖고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적개심을 빈번하게 그리고 별 제재감 없이 발산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 나쁜 사람을 우리는 흔히 무서운 사람이라고 여겨 호랑이와 같다느니 독사와 같다느니 하는 표현을 붙인다. 서양사람은 그런 사람을 상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집안에 호랑이가 있고 독사가 있다면 그 집안은 참으로 살벌할 것이다. 사회를 상어 떼의 바다라고 하고 그러한 바다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미 심리학자 레드포드 윌리엄스는 이와 같은 사람은 남을 괴롭히기 이전에 우선 자기자신에게 먼저 해를 끼쳐 결국은 일찍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증오심과 분노심과 적개심이 치밀어 오르는 사람은 그 몸속에서 나쁜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그 호르몬은 우리의 면역력을 낮추고 혈관을 좁게 하여 고혈압과 심장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누구를 향한 증오심과 적개심이 복바쳐 오르면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성격 나쁜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구나, 이렇게 살다가는 제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
겠구나 하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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