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도소풍-빨래궁전’

2011-02-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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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므나 강변 작은 촌락 한 움막집에, 그 집 빨랫줄 위로 옛날 옛적 사랑 많이 받은 왕비의 화려한 무덤, 타즈마할 궁전이 원경으로 보입니다. 궁의 둥근 지붕이 거대한 비눗방울처럼, 분홍 엷은 나비처럼 사뿐 얹혀 있고요 빨래가, 원색의 초라한 옷가지들이 젖어 축 처진 채 널려 있습니다.

족보에도 없는 이 무슨 경계일까요. 오색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나 죽음은 그 어떤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가벼워서 짐이 없는데요. 삶이란 또 몇 벌의 누더기에도 저토록 고단하고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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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

어린 새댁이 하얗게 웃으며 얼른 움막 속으로 숨어버렸는데요, 개똥밭에 굴러도 역시 이승에 땡깁니다. 오래 내 마음을 끄는 그녀의 남루한 빨래궁전 쪽, 저 검고 깊은 눈이 전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문인수 (1945 - ) ‘인도소풍-빨래궁전’전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꼽히는 타즈마할은 한 왕비의 무덤이다. 근처 움막집의 빨랫줄에는, 가볍게 얹혀 보이고 있는 타즈마할과 대조적으로, 남루한 빨래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처럼 무겁게 처져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궁전인들 죽어서 누린다면 무슨 소용이랴. 개똥밭이라도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저 깊은 눈을 가진 어린 새댁이 무덤의 주인보다 낫다고 화자는 여긴다. 그래서 새댁은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왕비가 되고 빨래로 둘러싸인 움막집은 빨래궁전이 된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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