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의 삶

2011-02-1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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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푸른 꿈 안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양손에 움켜 쥔 보따리 안고 앞만 보고 달려 온 이민의 삶은 하루아침에 흘러가고 빈털터리로 남았다.

너도 나도 바쁜 이민생활이었지만 좀 더 가족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지 못했음을 이제 와서 어미로서 아내로서 마음 아프게 곱씹어본다.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마는 양심의 고백을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고 흘러간다고, 어제의 일 잠시 잠간 잊으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다행인가 여기면서 오늘도 새장같이 갇힌 노인 아파트에서 모든 것 내려놓고 홀가분히 오늘을 산다.


이곳 노인 아파트에 입주할 땐 “이젠 마지막 길이구나,” “내 인생 다 됐구나” 며칠 안 남은 것같이 절망에 빠져서 외로움을 토닥거렸으나 시나브로 10년이란 세월이 감쪽같이 흘러 천국이 따로 없는 보금자리라고 여기면서 산다.
방문만 나서면 같이 웃고, 같이 울 수 있는 동시대를 살아 온 친구들이 있고, 누가 뭐래도 내 건강 내가 챙기며 아들, 딸들에게 되도록 성가시게 안 하고 살 수 있는 길 택하며 노후가 보장된 미국에서 행복을 느끼며 잘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하나님 부르시는 그 날까지 환하게 웃으며 가리라는 행복에 취해 있다.


강해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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