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더 래피즈 (Cedar Rapids)

2011-02-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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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시더 래피즈 (Cedar Rapids)

보험회사 총회에 참석한 로널드(뒷줄 왼쪽부터)와 딘과 팀. 앞은 고독녀 조운.

★★★ (5개 만점)

마커스(채닝 테이텀)가 칼레도니아의 원주민들과 싸우고 있다.

보수적 중서부 가치관 풍자한 코미디


평생 고향을 한 번도 안 떠난 시골 쥐가 모처럼 도시에 올라갔다가 겪는 온갖 해프닝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는 각성의 코미디이자 보수적인 미중서부의 가치관을 악의 없이 풍자한 드라마로 영화의 심성이 착하고 상냥해 편안한 마음으로 웃고 즐길 수 있다.

이 영화는 빅 히트작 ‘행오버’에서 치과의사로 나와 약간 멍청한 노릇을 한 에드 헬름즈가 모처럼 주연을 맡았는데 여기서도 역시 세상 때가 묻지 않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굴어 보면서 그를 응원하게 된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선의가 가득하고 또 나오는 사람들도 모두 악질이 없는데다가 감독이 그들을 어미 닭이 새끼들을 품듯이 연민의 정으로 다뤄 가깝게 느껴지고 재미있는데 주인공 중 하나가 입에 못 담을 성적 농담을 즐기고 또 음탕하고 노골적인 섹스신이 있어 R등급을 받았다.

위스콘신의 전원 소도시 브라운 리버의 보험회사 브라운 스타에 다니는 팀 리피(헬름즈-그는 옷도 브라운 색으로 입어 영화가 브라운 일색이다)는 34세가 되도록 고향 밖을 나가 보지 못한 시골 쥐로 착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다.

그가 세운 큰 공적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중학교 1년 때의 여선생 메이시(시고니 위버가 캐미오로 나와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를 자기 애인으로 만든 것.

그런데 회사의 탑 세일즈맨이 졸지에 사망하면서 팀은 사장 빌(스티븐 루트)로부터 주말에 아이오와 시더 래피즈에서 열리는 연례 전국 지사 총회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리고 빌은 팀에게 2년 연속 받은 최우수 보험회사에 주는 ‘투 다이아몬드’상을 받아오라고 명령한다.

팀은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대도시(기자도 가봤지만 사실 시더스 래피즈는 대도시 축에도 못 든다)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푼다. 모든 것이 너무 새롭고 커서 경탄과 감탄의 연속이다.


그런데 호텔방이 모자라 팀은 타 지사에서 온 딘(존 C. 라일리가 영화를 혼자 말아 먹듯이 호탕하고 코믹한 연기를 한다)과 로널드(아이제이아 위틀락 주니어)와 합방을 하게 된다.

첫 날부터 술 담배를 못하는 고지식한 팀은 먹고 마시고 여자 꼬드기고 즐기기 위해 총회에 온 딘과 로널드의 유혹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는데 여기에 고독한 유부녀 보험회사원 조운(앤 헤이시가 동정이 가는 연기를 은근히 한다)의 노골적인 섹스 유혹까지 받는 바람에 고향에 두고 온 메이시에게 아들이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듯 셀폰으로 칭얼 칭얼대며 하소연을 한다.

총회 회장은 극도의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인 오린(커트우드 스미스)으로 팀은 어떻게 해야 오린의 마음을 사로잡아 상패를 받아낼 수 있을까 하고 노심초사 한다. 영화는 중간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이야기 부족이라고 해야 옳겠다) 팀과 그의 동료 3인조의 온갖 해프닝과 섹스와 코케인과 술에 빠진 파티 등으로 메워지는데 케케묵은 수법이다.

팀이 얼마나 숙맥인가 하면 호텔 앞에서 유객행위를 하는 ‘황금의 마음’을 지닌 젊은 창녀 브리(알리아 셔캣)의 신분조차 모를 정도다. 팀과 브리의 짧은 관계가 아름답고 흐뭇한데 셔캣이 좋은 연기를 한다.

팀은 이 주말 간의 객지생활을 통해 새 친구도 사귀고 또 진짜 어른이 돼 귀향한다. 영화는 엔드 크레딧 끝까지 자리에 앉아 봐야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미겔 아르테타 감독. Fox Searchligh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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