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구의 정치학

2011-02-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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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사자의 운명은 대체로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다고 한다. 사자는 한배에 보통 2~4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그렇게 태어난 숫사자가 보호를 받고 자라는 시기는 2년 정도다.

다 자란 숫사자는 프라이드(사자들의 무리)로부터 추방된다. 따로 독립을 해 새로 프라이드를 거느려야하는 것이 숫사자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독립을 할 때 중요한 변수는 한배의 브라더가 몇 명인가 하는 것이다.

사자의 프라이드는 보통 두, 세 마리의 숫사자와 많은 암사자 그리고 새끼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기존의 프라이드를 공략해 정복해야 자신의 프라이드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니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 브라더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인구는 바로 운명’이라는 말이 사자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셈이다.

자연이 심술을 부렸다고 할까. 그래서 숫사자가 유독 많이 태어났다. 그 경우 2~3년 후 그 초원은 평화로운 날이 없게 된다. 저마다 자신의 프라이드를 거느리려는 숫사자들의 싸움으로 초원은 유혈의 전쟁터가 되고 마는 것이다.

‘빈 가지’라고 중국 사람들은 불렀다. 가난하다. 결혼도 할 수 없다. 그런 청년을 일컫는 말이다. ‘빈 가지’로 불리는 이런 청년인구가 과잉일 때 무슨 일이 오는가.

청나라 말기 관료의 부패는 극에 달했었다. 거기다가 홍수와 가뭄 등 재해가 잇따랐다. 궁핍에 찌든 중국 동북부 화북지역에서는 입 하나라도 줄인다며 여아 학살사태가 만연했다.

그 결과 남과 여의 구성비는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이르렀다. 신부 감이 없어 결혼을 할 수 없는 ‘빈 가지’가 더 늘어만 갔다. ‘빈 가지’들의 불만은 마침내 폭발, 청조 말 수차례의 민란은 화북지방에서 시작돼 번져나갔다.

젊은 남성인구 과잉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중국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1970년에서 1999년 사이 혁명, 내란 등 심각한 갈등이 발생한 지역의 80%는 바로 남성청년인구가 과잉상태를 보인 나라인 것으로 분류됐다.

그 가장 전형적인 예가 이른바 호메이니 혁명으로 불리는 이란의 정치적 변란이다. 당시 이란은 20대 청년인구의 이상비대 증세를 보였었다. 그들의 에너지가 폭발, 혁명을 불러오고 뒤이어 이라크와 오랜 전쟁을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이 재스민 혁명을 불러왔나. 이집트사태가 두 주가 지나면서 계속 던져지는 질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우선 지목된다. 이 새로운 정보기술이 혁명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원인으로는 20대 인구, 더 좁혀 젊은 남성인구의 급증이 지목된다. 아랍권의 15~29세 연령그룹인구는 1억을 헤아린다. 이 중 상당수는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직업도 없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돈도 집도 없다. 문제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재스민 혁명은 이런 면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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