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제지원 종료·부실차압 악재에 고전

2010-1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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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돌아보는 2010년 주택시장

올해는 부동산 업계 종사자에게는 힘든 한해였다. 연방정부의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프로그램 마감과 동시에 주택거래가 자취를 감췄고 갑작스럽게 터진 부실 차압사태가 주택시장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부실 차압사태는 주택 시장에 대한 신뢰감을 한번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일대 ‘사건’이기도 했다. 올 한해가 주택시장에는 힘든 한해로 기억에 남겠지만 동시에 부동산 업계에는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여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주택시장에 잔존하던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앞으로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가 더 이상 없다는 것에 업계는 희망을 걸고 있다.

회복 기미에 잇단 찬물 침체 장기화
가격거품 점차 걷혀 새해 바닥 탈출

◇ 택스혜택 마감


추락하는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연방정부가 대대적으로 시행했던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지난 4월 말 종료됐다.

프로그램 종료 직후 예상했던 대로 주택 거래량은 뚝 떨어졌다. 올 상반기 주택 거래량 증가가 프로그램에의한 인위적이었다는 논란이 지금도 뜨겁게 일고 있다. 한차례 연장된 세제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 4월30일까지 주택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9월30일 이전에 거래를 마감하면 첫주택 구입자의 경우 8,000달러, 기존주택구입자에게도 6,500달러의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첫 주택 구입자들을 대거 주택시장에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프로그램 마감과 동시에 ‘주택 거래 실종’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프로그램이 마감된 올해 3분기 전국 기존 주택에 대한 주택 거래량은 연율 조정 약 416만채로 2009년 3분기에 비해 무려 21%나 감소했다.

이후에도 주택거래 하락세는 이어졌다. 10월 중 주택 거래량은 전달에 비해 약 2.2% 하락했고 2009년 10월보다는 26%나 떨어졌다. 프로그램 마감과 동시에 주택 거래량이 줄자 프로그램 옹호그룹이었던 NAR 역시 프로그램에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연구원은 11월 컨퍼런스에서 “프로그램 실시로 인한 주택 거래량 증가가 주택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정부 정책에 장기간 의존하다보면 부동산 업계가 자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 대형은행 차압서류 재조사

올해 주택시장의 여러 이슈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부실 차압 사태다.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찾아갈 즈음 터진 사태로 현재 대부분의 차압 절차가 중단 중이고 주택시장의 예상 회복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 일명 ‘로봇 서명’으로도 불리는 부실 차압 사태는 대형 은행들이 차압 관련 서류를 적절히 검토하지 않고 서명한 것을 실토한 사건이다.

은행들은 현재 이미 처리된 차압 주택에 대한 서류 재검토에 돌입하는 한편 이미 매물로 내놓은 차압 매물에 대한 재검토에도 전력하고 있어 신규 차압 절차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로 인해 9월과 10월 사이 차압 주택수는 약 9% 감소했고, 11월 중 차압 주택 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택시장에 이미 쏟아져 나와 시장 내에서 소화되어야 할 차압 물량이 재고 상태로 남아 은행의 재정상태를 악화시킴과 동시에 주택시장의 회복 시기만 늦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실 차압사태에 대한 해결 가능성이 전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차압 매물에 대한 매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일부 은행들의 차압 절차가 곧 정상적으로 재가동될 것으로 기대된다. BOA는 이번 달에만 약 1만6,000채에 달하는 주택을 차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주택 가격 거품 확인

올해는 주택가격의 거품을 확인하는 해였다고도 할 수 있다. NAR 11월에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정점을 찍기 직전인 2005년과 올해 모기지 페이먼트간의 현저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은 샌디에고로 2005년 2분기 중간 주택가격에 대한 월 페이먼트 금액은 약 2,833달러였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인 약 1,564달러로 떨어져 최근 주택가격의 거품이 많이 걷혔음을 알 수 있다.

마이애미 역시 중간 주택 가격에 대한 월페이먼트가 2005년 2분기 약 1,726달러에서 올해 853달러로 50%이상 하락한 것으로 조사 됐다.


“향후 2년간 조정기 거쳐 회복”

■ 앞으로의 전망은…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격 상승폭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지만 대부분 주택가격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마르코 마켓이 100여명의 경제자 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내년 중 주택가격이 약 0.7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낮은 주택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내년도에도 이어져 주택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응답자들의 답변을 살펴보면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비슷한 답변 비율을 보였는데 비관론자들도 주택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르코 마켓의 설문조사에서 낙관론자들은 2014년까지 주택가격이 약 14%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고 비관론자 역시 같은 기간 주택가격이 최고 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중개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은 좀 더 현실적이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경제학자는 향후 2년간은 주택시장의 조정기로 눈에 띌만한 주택가격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로컬 마켓 모니터의 잉고 윈저 회장은 내년 중 주택가격이 약 1%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공식적으로 침체를 끝내고 기업들의 수익이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 지출과 고용 시장 상황이 주택시장을 끌어 올리기에는 아직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윈저 회장의 의견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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