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용회복 본격화 내년 하반기 상승

2010-12-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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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경기 언제 풀리나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 4년여에 걸친 지속적인 주택 가격 하락. 이 두가지 요소만으로도 주택시장이 회복하기에 충분할텐데 주택 시장의 미래가 아직도 불투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시장에 언제 쏟아져 나올 지 모르는 다량의 차압 매물과 좀처럼 풀리지 않는 융자 심사 기준, 10%를 넘나드는 고실업률 등이 주택시장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부실 차압처리 사태의 여파는 주택시장의 회복 시기를 거꾸로 돌려놓았다. 그렇다면 과연 주택시장은 4년여에 걸친 내리막길을 마감하고 내년에는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주택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알아본다.

주택시장 회복의 복병인 차압률이 내년 중 정점을 거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실차압 사태도 향후 수개월내 해결eho 차압 매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 지역 별 주택시장 회복 명암
2006년 중반 부터 시작된 주택시장의 침체가 올해까지 4년여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거쳤는 지, 아닌 지에 대한 논쟁이 아직도 뜨거울 정도로 주택 시장의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표적인 주택 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를 살펴보면 주택 가격은 2006년 중반 이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약 27% 가량 하락했음을 알 수있다. 해마다 평균 약 7.7%씩 내려간 셈이다. 현재 전국 중간주택 가격은 2003년 수준인 약 17만7,00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주택가격의 하락폭이 가장 큰 지역은 가주 머세드 지역으로 2006년 대비 무려 68%나 하락했다. 가주의 모데스토, 살리나스, 스탁턴, 플로리다주의 코랄-포트 마이어스, 디트로이트 등의 지역도 주택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으로 조사됐다. 반면 뉴욕 북부, 테네시, 펜실베니아 등 전국 12개 도시는 주택 가격이 이미 상승세로 접어든 지역으로 나타나 지역별로 주택 시장 회복의 시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체 주택 융자자의 23% ‘깡통주택’
최근 집값 오름세 세제혜택 등 일시적
전문가들 저평가 지역부터 반등 전망

◇ 높은 ‘깡통 주택’ 비율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현재 전체 주택융자 대출자의 약 23%(약 5,350만 가구)가 주택시세보다 융자금 원리금이 높은 ‘깡통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사에따르면 이들 ‘깡통 주택’ 소유주들이 갚아야 하는 모기지 원리금은 시세보다 평균 약 7만5,000달러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금액을 마련치 못하면 집을 팔 수도 이사갈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깡통주택’ 소유주가 택할 수 있는 길은 2가지다. 렌더의 승인을 받아 숏세일로 집을 처분하든지 아니면 차압을 선택하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달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을 안고 주택가격이 상승하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곳도 있긴 있어 ‘깡통 주택’ 소유주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우선 6월30일 기준 전국 중간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약 3.6% 상승했고 두 자릿수 비율 상승한 지역도 적지 않다. 특히 주택 시장 침체가 심했던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센트럴 밸리 지역, 플로리다, 피닉스, 워싱턴 DC 일부 지역도 주택 가격이 5%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택가격 상승 현상이 고무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 조사기관 파이서브의 데이빗 스티프 연구원은 올해 발생한 주택 가격 상승 현상은 정부 주도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생애첫주택구입자 등 주택구입자에대한 세제 혜택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일시적으로 주택 거래가 증가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제혜택 마감 직후 주택 거래는 뚝 떨어졌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주택 거래는 지난해보다도 약 1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가대 매물의 거래가 뚝 끊겨 첫 주택구입자들이 주택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스티프 연구원은 주택 가격 상승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주택 가격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데 약 5~7년의 rl간이 소요된 바 있다”며 “댈라스의 경우 1986년 주택시장 침체 후 주택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데 무려 12년이나 걸렸다”고 강조했다.


◇ 차압 매물 영향
주택시장 회복의 복병인 차압 매물 시장이 내년 중에는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지나지 않겠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주택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차압 매물과 숏세일 등의 급매물은 일반 매물에 비해 약 26% 낮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고 전체 주택 거래의 약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중 차압률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주택시장 현실론자 대변되는 무디스의 마크 잰디 연구원에 의해 나왔다.

잰디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모기지 연체자(90일 이상)는 약 400만명인데 이중 약 절반가량은 차압 절차의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잰디 연구원은 모기지 연체율이 이미 정점을 거쳤기 때문에 이에따라 차압률도 내년중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현재 차압 매물의 수요, 공급 속도를 근거로 보면 차압 매물이 집중된 플로리다, 애틀랜타, 애리조나, 네바다, 가주 등의 차압 물량은 적어도 2년내에 모두 소화될 것으로 잰디 연구원은 예측하고 있다. 잰디 연구원은 차압 매물 시장의 회복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부실 차압사태 해결 시기도 향후 수개월 내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후 차압 매물시장이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제 회복 전망
주택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실업률과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우선 무디스의 마크 잰디 연구원에 따르면 고용시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전망이다. 연방준비은행도 고용시장의 회복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어떡해서든 모기지 이자율의 상승을 최대한 막을 것이라는 그의 전망대로라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주택시장의 회복을 기대해 볼만 하다.
또 현재 소득수준 대비 주택 가치가 저평가된 지역이 많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어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택시장 회복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잰디 연구원은 기대하고 있다.

BOA 메릴린치사도 주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셸 마이어 연구원은 “실업률이 내년 하반기부터 하락, 주택 시장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단지 실업률 회복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 조사기관 파이서브사도 주택시장이 내년 중반쯤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믿고 있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6월 말까지 주택 가격은 현재보다 약 7% 정도 추가 하락한 뒤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후 2012년부터는 전국 대부분 도시에서 주택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파이서브사는 내다보고 있다.

취업 박람회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인파. 경제연구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현재 주택시장 회복을 가로 막고 있는 고실업률이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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