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친 몸·마음 치유… 각국 ‘영혼의 음식’

2010-12-01 (수)
크게 작게

▶ 세계의 ‘컴포트 푸드’

아플 때, 쓸쓸할 때, 비올 때, 피곤할 때 간절히 생각나는 음식,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힘을 주는 음식이 있다. 어머니가 집에서 늘 차려주셨던 맛있고 따뜻한 음식, 동서양을 막론하고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 불리는 음식들은 무슨 특별한 요리나 별미가 아닌, 늘 집에서 먹던 편안한 음식들이다.

주부가 된 후에 친정집 식탁을 떠올려보니 내가 하루하루 먹었던 엄마 밥이 모두 컴포트 푸드였다. 저녁식사시간, 좋은 음식 냄새를 풍기는 어머니의 부엌 옆에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언가가 가득 차려져 있는 식탁의 모습이 아련히 가슴에 남아 있다.


엠빠나다


산코쵸


어머니의 음식솜씨가 좋았기 때문일까? 반찬투정 없이 무엇이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국물까지도 맛있는

불고기와 갈비찜, 명란젓을 넣은 달걀찜, 바삭한 멸치볶음, 맑은 국물의 생선전골, 된장시래기찜,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먹은 곰탕, 매운 김치찌개, 쌈 싸먹던 고등어나 갈치조림, 기분이 좋아지는 전복죽, 바삭하게 구워 똑똑 잘라먹던 스팸까지도.

일찍 어두워지고 추워서 움츠러드는 요즘 더욱 간절히 생각나는 추억의 음식들은 우리 한인들뿐 아니라 어느 민족에게도 다 있게 마련이다.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을 통해서 그들의 음식을 접해보는 일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구든지 금방 친구가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이민자들이라 고국을 떠났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성장기를 보낸 나라를 떠난 경우 그리움의 대상은 음식이 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우울함이나 쓸쓸함이 음식으로 치유가 되는 것을 보면 영혼의 양식은 독서가 아닌

음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저 ‘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위로는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 있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대단하다. 위안과 기쁨을 동시에 주는 컴포트 푸드는 신기하게도 어느나라의 것이건 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다인종이 뒤섞여 살아가는 멜팅팟에서 각 나라의 문화와 정서가 녹아 있는 그리운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신디 꼬레아의 아르헨티나 컴포트 푸드>

■엠빠나다(Empanadas)-만두처럼 생긴 모양으로 파이 크러스트 같은 질감의 껍질 속에 치킨, 비프, 튜나, 콘과 치즈, 햄과 치즈 등 다양한 속 재료를 넣어 오븐에 구워내는 음식으로 어머니가 항상 집에서 만들어주는 음식이다. 식사는 물론 간식으로도 인기 메뉴.

■빤께께스 데 둘체 데 레체(Panqueques de dulce de leche)-크레이프 속에 카라멜을 넣고 돌돌 말아낸 이 음식은 디저트나 간식으로 많이 먹으며 카라멜이 입에서 녹는 순간 저절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게 되는 매력적인 맛이다.

어느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꼭 준비되어 있는 디저트 메뉴이고, 어느 식당이나 일정한 맛을 내므로 맛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만들 때는 크레이프를 부쳐내고, 카라멜은 병에 담긴 시판용을 구입하여 스프레드처럼 발라서 만든다. 비가 내리거나 추운 날 만들어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밀라네사 꼰 뿌레(Milanesa con pure)-빵가루를 입혀 지져낸 음식으로 치킨, 비프 등을 사용하고, 매시드 포테이토와 함께 내는 식사이다. 우리 엄마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까스를 자주 튀겨내듯이 비슷한 정서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담브레(Madambre)-플랭크 스테이크 속에 올리브, 파슬리 등을 채워놓고 돌돌 말아 구워내어서 둥글고 얇게 썰어 모양이 예쁜 음식으로 애피타이저로 먹는다. 조금 신경쓴 아르헨티나 친구들의 파티에 가면 반드시 있는 음식이다.


*엠빠나다 만들어보기

▶재료(2개 분량)-양파 ½개, 빨간 벨페퍼 ¼개, 마늘 1톨, 건포도 ⅓컵, 소금 약간, 큐민 약간, 올리브오일 3큰술, 냉동 파이 크러스트 2장, 계란 1개

▶만들기

1. 오븐은 425도로 예열하고 쿠키 시트에 액간의 기름칠을 해서 준비해둔다.

2. 냉동 파이크러스트는 실온에 30분 정도 두어 해동한다.

3. 건포도는 물에 10분 정도 담가 불려둔다.

4. 양파, 벨페퍼는 작게 깍뚝 썰고, 마늘은 다진다. 닭고기도 작게 썬다.

5.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내다가 양파, 벨페퍼를 넣고 소금간을 약간 하고 양파가 흐물거릴 때까지 충분히 볶아준다.

6. 5에 닭고기와 불린 건포도를 넣고 소금간을 약간 하여 다 익을 때까지 볶아주고 마지막에 큐민을 조금 넣는다.

7. 파이크러스트는 지름 3인치 정도로 둥글게 잘라서 6을 1½큰술 정도씩 올려서 반으로 접어 가장자리를 포크로 꼭꼭 눌러준다.

8. 계란을 풀어서 완성된 7위에 잘 잘라주고 포크나 칼을 이용해 표면에 구멍을 내어준다.

9. 예열된 오븐에서 12-15분 정도 구워낸다.


카스빠쯔레


이은영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