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추장 소스‘바비큐 정찬’연말 미식가 유혹

2010-1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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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당 ‘소향’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의 빌보트 차트 1위곡 ‘라이크 어 지 식스’(Like A G6)의 뮤직비디오가 촬영돼 LA의 명소가 된 ‘소향’.
오전시간 찾아간 한식당 ‘소향’은 손님맞이를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조병덕·신디 대표는 직원들과 웃음꽃을 피우며 아침 미팅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이른 조찬모임을 치른 주방은 활기차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홀에서는 직원이 사다리를 타고 천장을 꼼꼼히 걸레질하고 있었다. 매일 천장을 닦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오픈한 지 2년을 조금 넘긴 지금, ‘소향’은 겉모습뿐 아니라 그 내용이 점점 더 풍성해져 가는 느낌이다.

명절·할러데이·사계절에 맞는 특선 개발
‘품격있는 한정식’상견례·접대에도 제격


밝고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신디 조 대표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에너지가 있다.

“무조건 웃어요. 찾아주시는 손님 보면 반갑고 감사한데, 밝은 얼굴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저희 할 일이죠.”

직원들의 친절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조 대표 부부의 말이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다 보면 마음가짐도 표정을 따라 간다고, 화나는 순간에도 웃음 한번 지어보면 신기하리만치 화가 풀린다는 것. 이 철직을 지키다보니 스스로 바뀐 모습에 직원들이 먼저 놀란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친절이 최우선이라니 소향은 기분 상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식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신디 조 대표는 손님의 입장에서 식당의 역할을 바라보는 감각이 있으며, 메뉴 개발의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수많은 요리책들을 정독하여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는데 열심을 내고, 손님의 입장에서 먹고 싶을 만한 음식들을 생각해내 깜짝 이벤트인양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인다.

사계절과 우리 명절, 할러데이에 맞도록 설에는 ‘개성 조랭이 큰상’, 봄에는 ‘유기농 새싹 순두부 비빔밥’, 연말에는 고추장 소스로 구워낸 ‘베이비 백립 바비큐 정찬’ 등이 그것인데, 신경 쓴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정성스러운 메뉴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름만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면 와~ 소리가 절로 난다. 집에서 해먹기에는 복잡한데, 항상 생각나는 우리 음식들을 맛볼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베이비 백립 바비큐 정찬’(29달러)은 애피타이저로 전복죽에 궁중음식인 두부선과 쇠고기 찹쌀구이를 내고, 메인 메뉴로 굴국, 단호박 밥에 고추장 소스 베이비 백립과 김치 베이컨 감자구이와 함께 각종 나물류와 밑반찬까지 함께 낸다니 한번 꼭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또 다른 소향의 자랑은 하루 전 예약하면 되는 코스 한정식으로, 상견례, 손님접대, 생신, 비즈니스 미팅 등 어렵고 품격을 차려야 하는 만남의 걱정을 완벽히 덜어준다. 테이블 세팅부터 1대1의 완벽한 서비스로 13~15가지의 훌륭한 한정식을 코스로 선보여 그 간 수많은 땡큐 카드를 받아온 보람 있는 메뉴인데, 내년에 딸을 시집보낼 계획이 있다는 조 대표가 가족 같은 마음으로 만남의 자리를 세심하게 챙긴 덕분이다.


오픈을 준비하던 시절 “손님의 입장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나 불만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결심했던 조 대표의 마음가짐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듯하다. 심사숙고한 좋은 아이디어가 주방의 확실한 서포트를 받아 비로소 손님상에 오르게 되는데, 2년의 시간을 거쳐 소향의 주방 시스템은 이제 완벽하리만큼 안정적으로 구축되었다. 냉면부, 갈비부, 한정식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모셔 한식, 하면 그 어떤 분야에서도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절대로 조미료를 쓰지 않겠다는 주방장의 고집이 완강하여 천연양념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단맛은 최대한 과일을 사용하여 내고, 모든 음식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자연스럽고 건강에 좋으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른 비즈니스도 여럿 운영하고 있는 조 사장 부부는 식당은 그 어떤 일보다도 양심적이어야 한다며 고객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정직하게 처리해 나가는 것이 결국 손님의 마음을 얹는 지름길이라고 하니, 손님 입장에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 잡기까지 힘들다면 힘든 2년의 시간을 보낸 조 대표 부부는 조바심내지 않는다.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는데 전력하다 보면 10년 후엔 자연히 훨씬 더 좋은 식당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신디 조 사장. 그러나 소향은 오늘도 어제보다 매일 더 예뻐지고, 맛 있어지고, 친절해지고 있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베이비 백립 바비큐 정찬


고베비프 콤보


국물맛이 좋은 라이스 누들


아침 미팅을 마친 소향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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