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살려주기

2010-10-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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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주택 시장에 부는 찬바람이아직도 냉랭하다.

그간 겪지 못했던 숏세일, 차압 등 경제적으로 침체된 단어들이 익숙해지면서 더더욱 지갑을 열지 않는다.

주택 차압 방지책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여러 달 혹은 일년 넘게 진행해왔던 숏세일 진행이 잠시 멈추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숏세일이 끝나길 고대하던 에이전트와 바이어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다.

그 어느 것도 제 날짜에 맞춰 끝나는 딜이 거의 없다.

이제는 체념하며 은행 승인을 기다리는 데 모두 이력이 났다. 그나마 협상에 적극적인 은행 담당자를 만난다면 그건 행운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른다.

서로 얼굴 한 번 못 보면서, 전화 통화 한 번 없이 그저 이메일로 숏세일의 모든 딜이 이뤄질 때도 있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모든 서류를 준비해도 오직 은행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숏세일을 진행하며 인내심이 많이 길러진 것에 때론 감사한다.

일 년 가까이 매달리며 겨우 숏세일 승인을 받아줬더니 엉뚱한 투자자가 그저 집문서를 넘기면 얼마간의 돈을 떼어준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 고생한 에이전트와 단절을 시도하기도 한다.


돈 몇 푼 때문에 교묘하게 법을 피해간 셀러들로 인해 오랜 시간 정성을 쏟은 에이전트들만 가슴에 피멍이 든다.

숏세일을 진행하며 모게지나 렌트비를 내지 않고 매달 절약해 온 셀러들 중엔 숏세일을 진행하다가 마음이 바 뀌어 더 공짜로 살며 버틸 수 있는 파산신청 준비를 하기도 한다.

주택을 차압당하는 셀러가 너무 안 돼 보여 모든 시간을 할애한 에이전트의 수고와 노력은 셀러의 짧은 판단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데 미안함조차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내 집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분들은 정보 교환도 남들보다 빠른지 모든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남들 다 내는 모게지 내지 않고 최대한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것만 연구, 모색한다.

미국은 참 좋은 나라다.

나라가 워낙 커 놓으니 무슨 정책하나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또한 그 정책이 자리 잡으려고 해도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한다.

모게지를 내지 않고 숏세일 승인이 느려져 은행이 손해 보더라도 은행마다 주어진 가이드 라인에 그저 맞추기만 하면 된다.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춘 바이어가 아무리 오퍼를 내 놓고 기다려도 융자 은행의 길고 긴 승인 절차를 마냥 깊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이어가 떠나면 다시 새로운 바이어를 구해 그 승인 절차를 받는데 또 일정 기간을 필요로 한다.

바이어 에이전트와 여러 달 고생한 리스팅 에이전트만 골치가 아플 뿐이다.

그 대신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도 끝까지 인내하며 숏세일 집을 거머쥔 바이어에게 집 열쇠를 전달할 때는 힘든 만큼 고마움은 두 배가 된다. 그런 카타르시스로 인해 여러 개의 숏세일 서류를 아직도 두 손에 잡고 있다.

굽이굽이 골목길 벗어나 대로로 나설 때의 그 후련함이 숏세일을 끝낸 에이전트들의 진흙탕 벗어난 소감이 될 것이다. 숏세일을 맡기는 셀러나 에이전트 모두 힘들다.

집을 통한 만남이어도 그 안에 셀러와 에이전트 사이에 초심의 인정과 진실이 끝까지 따라 가야 한다.

서로 다독이며 위로할 때 정말 그 딜은 쉬워진다.

따스한 말 한마디로 서로의 기가 살았으면 한다.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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