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로 숙성시킨 갈비양념 감칠맛 더해

2010-10-27 (수)
크게 작게

▶ 조선갈비

한국 음식의 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여 주류에 선보여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는 식당 조선갈비. 넝쿨로 뒤덮인 아름다운 외벽을 지나 돌길을 걸어 들어서면서부터 한인타운의 여느 식당과는 달리 모던하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조선갈비의 건축은 무엇 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편안하면서도 쾌적한 느낌을 준다.

손님을 맞는 매니저의 친절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서비스 또한 인상적이며 안내를 받아 패티오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쏟아지는 부드러운 자연광과 살랑거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어느 수목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긴장이 풀린다. 코리안 바비큐 식당의 위상을 높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닌 조선갈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또아리 냉면.



조선갈비의 김현용 매니저.


진하지도 않은데 고기에 부드럽게 스며있는 감칠맛 나는 갈비 양념의 비밀이 무엇인지, 타운에서 외국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 중 하나로서 한식 세계화의 진전을 실감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떠한 요소에 더욱 정성을 기울일 것인지 등등. 많은 한식당들이 롤 모델로 삼아도 좋을 조선갈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의 미 살린 건물부터 맛까지 ‘최고’ 인정
자체 정육시설 갖춰 신선한 생고기만 서비스

지영필 대표는 요식업에 몸 담은 지 30여 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배우자인 지경미씨와 함께 소공동 순두부를 운영하였고, 2001년 현재의 조선갈비의 건축 디자인을 로컬 건축가인 로버트 컷츠 룽퀴스트(Studio RCL)에게 의뢰하여 새로 짓고 이전했다.

조선갈비의 건축은 주류사회에서 더욱 화제를 불러 모았다. 반듯한 직선과 메탈 자재는 슬릭한 현대적인 분위기를, 대나무로 감싼 나무색 벽과 간결하면서 대담한 곡선은 공간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선사하고 여백의 미를 둔 넓은 입구는 풀 바와 함께 웨이팅 공간으로 쓰이며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가장 아름다운 식당 10에 들기도 했으며, ‘코리안 바비큐를 먹고 나오면 바로 드라이클리너로 가서 우리 몸까지 세탁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2004년). 또한 한인 타운에 수많은 바비큐식당이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디자인 된 곳이 없다는 평가 가운데 군계일학으로 꼽히기도 했다(2006년).

당시 이 정도 규모의 건축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대표의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결국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도 조선갈비를 찾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외관의 훌륭함 뿐 아니라 홀 규모에 비해 주방이 넓게 설계되어 항상 깨끗한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주방에 가보니 찌개부, 반찬부, 냉면부로 구분되어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자체 정육시설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고기가 들어옴과 동시에 냉장보관하고 같은 냉장시설이 되어있는 공간에서 고기 손질까지 마치게 된다. 생고기만을 취급하는 조선갈비에서 이는 필수적인 조건으로 모든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고기를 손질해내기 때문에 신선도에서는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조선갈비를 대표하는 양념갈비, 보기에는 양념이 된 듯 안 된 듯 하지만 구워 먹어보면 깊은 맛이 나는 것이 늘 신기했는데 그 또한 맛의 비밀을 밝혀주었다. 항상 양념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지대표는 조선갈비만의 특별한 소스를 직접 만들어내는데, 보통 양념을 고기에 부어 재워두었다가 내는 것과는 반대로 양념 자체를 숙성시켜 사용한다. 주문 즉시 갈비를 썰어내고 숙성시킨 소스를 부어 바로 버무려 내는데도 불구하고 양념이 깊은 맛을 내는 것에 이러한 비법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양념에 절여져 색이 갈색으로 변한 고기와 달리 신선한 색상과 육즙을 유지하면서 속속들이 은은한 맛이 밴 갈비의 비법이 바로 이 숙성한 소스에 있었다.

조선갈비의 김현용 매니저가 한식 세계화를 향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외국인들이 점점 더 변질되지 않은 한국 전통의 맛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실제로 다녀온 손님들도 많고, 일식 비슷한 퓨전이 아닌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줄 아는 안목이 높아져 조선갈비로서는 기쁘다고 하였다. 정갈한 반찬들을 좋아하고 진짜 김치는 물론, 은근한 맛의 국과 밥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이지고 있다고 한다.

성공한 한식당의 모범 사례로서의 성공 여부는 결코 그 규모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맛, 서비스와 품격을 지키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대표는 말한다. 항상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일대일 교육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손님에게 불편함이나 실례를 범할 요인들을 철저히 파악하고 줄여나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했다.

또한 정성 들인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초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오늘날 조선갈비의 명성을 쌓아올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니 한식당들이 벗어나야할 고질적인 문제들을 과감히 뛰어넘은 운영방식은 한식세계화의 텍스트북으로 삼아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성한 양념을 바로 버무려 내는 조선갈비.


등심구이와 버섯구이.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