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주냉면, 죽방멸치 육수 ‘독특’

2010-10-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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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가서 별미로 즐겨… 다진 배추김치로 고명 얹어

날씨가 갑자기 덥다. LA 한인타운의 냉면 전문식당은 하루 평균 1,000그릇을 파는 등 더운 날씨에는 냉면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하다.냉면은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은 한국 고유의 음식이다. 다양한 종류(칡, 메밀, 전분 등)의 가는 면과, 오이 등의 생야채와 배 한 조각, 그리고 고기와 삶은 달걀로 이루어진 음식이다.

평양냉면 메밀면 거칠어 국물에 말아먹고
감자로 만든 함흥냉면은 잘 불어 비벼 먹어

흔히 물냉면이라고 하는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반죽해 국수를 만들고 큰 대접에 편육·쇠고기 볶음·오이채·배채·삶은 달걀 등의 고명을 얹어낸다. 국수에는 쇠고기·닭고기·꿩고기로 만든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차게 식혀 두었다가 가만히 부은 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는다.


함경도 지방에서 발달한 함흥냉면은 감자녹말로 만드는데, 면이 질기고 오들오들하며 싱싱한 가자미나 홍어 같은 생선으로 회를 쳐 고추장으로 양념하여 비벼 먹는다. 비빔냉면이라고 분류된 냉면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주된 차이는 면이다. 함흥냉면의 재료인 감자와 고구마의 녹말은 잘 불기 때문에 물냉면에는 적합하지 않아 비빔냉면에 많이 쓰인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주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잘 끊어질 수밖에 없고, 거친 편이다. 그래서 비빔면에는 잘 어울리지 않아 주로 물냉면에 쓰인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이나 기후, 재료를 따지지 않고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료를 적당히 배합하여 두 가지 면 모두 물냉면과 비빔냉면에 쓴다.

그 외에 생선회와 고추장 양념으로 이루어진 회냉면, 물냉면에 열무를 추가한 열무냉면 등의 변형도 있다. 또한 재료에 따라서, 칡냉면이나 메밀 냉면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며, 메밀국수도 면을 차게 먹지만 전통적인 냉면의 범주에 넣지는 않는다.

한편 진주냉면은 경상남도 진주에서 유래된 냉면으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진주 내에만 맛볼 수 있다. 조선시대 권번가에서 야참으로 즐겨먹던 고급 음식이었는데 진주시는 최근에서야 이 냉면의 홍보를 시작했다고 한다.

진주냉면은 소의 사골을 이용해 육수를 만들지 않고 고급 멸치에 속하는 죽방멸치와 바지락, 마른 홍합, 마른 명태, 문어, 표고버섯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뜨겁게 달군 무쇠를 육수에 반복해서 담가 육수의 비린 맛을 제거한 후 보름 정도 숙성시킨다. 또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은 무를 얇게 썰어 절인 것을 고명으로 얹는 데 반해 진주냉면은 잘 익은 배추김치를 다져 넣고 쇠고기육전과 지단 등 여러가지 고명을 얹어 모양새가 화려하다는 데에도 차이점이 있다.

한편 요즘 식당에서는 가위로 면을 자르는 일이 보편화돼 있는데 전통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긴 면발은 긴 수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면을 함부로 자르지 않았다. 따라서 식당에서 종업원은 손님에게 자를지의 여부를 꼭 물어보는 것이 좋다.


진주 냉면

함흥 비빔냉면

평양 물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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