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천년전부터 교역 중심 오아시스 마을

2010-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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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 이형숙의 실크로드를 가다

<10> 신강성의 우루무치

2,000년 전부터 천산북로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 오아시스 마을이었던 우루무치시는 몽고말로 아름다운 초원(beautiful pastures)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신강성의 성도이다. 당나라의 당 태종은 이 마을을 륜타이(Luntai)라 명하고 이곳을 지나다니는 카라반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관청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그 당시에도 세금제도는 있었나 보다. 그 후 1950년에 와서야 우루무치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약 200만명의 인구가 이곳에 살고 있는데 위그루 자치주인 다른 도시와는 달리 한족(중국 사람)이 가장 많아 70%이고 나머지 30%가 13개의 소수민족들이다.

신강성의 성도인 우루무치는 정치, 경제의 중심이며, 해발 600 ~900m로 날씨의 변덕이 심해 여자의 얼굴 같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여행 중 며칠 있는 동안도 어떤 날은 햇볕이 쨍쨍하였고, 어떤 날은 비가 억수로 왔으며 사풍이 불어 비행기가 떠나지 못해 공항에 발이 묶여 몇 시간 기다렸던 날도 있었다. 시내에 비가 오면 산에는 눈이 온다니 잠시 머무는 사이에 그야말로 변덕스러운 날씨를 다 본 것이다.

봄과 가을은 짧고 겨울과 여름은 길며, 특히 추운 겨울에 이곳에서 열리는 얼음 조각 페스티벌(ice carving festival)은 볼만하다고 한다.

이곳을 여행하기엔 5~10월이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포도가 익을 무렵인 7~8월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한다. 또한 우루무치는 바다로부터 가장 멀리 위치한 내륙 도시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데, 바다에서 무려 1,400마일(2,500km)이나 떨어져 있다.

우루무치 역시 다른 여느 중국의 대 도시처럼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자동차로 길이 막힐 지경이었다. 우루무치가 문명의 외곽지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급속도로 발달된 교통으로 인해 이젠 북경이나 상해와 별 차이가 없다.
많은 가정에서 석탄을 연로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연이 많다는 이야기는 맑은 하늘을 기대했던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주었다.

우루무치에서 가장 큰 소매와 도매시장이 함께 붙어 있는 소수민족의 시장이 바로 이도교 시장이다.

130년 전통을 지니고 있는 이 시장은 위구르인들의 악기, 모자, 칼을 비롯하여 말린 과일 견과류, 공예품, 옥돌을 비롯한 보석류, 골동품 등 없는 것이 없다.

난전으로 시작하여 1982년에서야 시장에 지붕을 덮어 이제는 비나 눈이 와도 상인과 손님들이 시장보기에 아무 불편함이 없다. 마치 서울에 있는 남대문 시장 안에 평화시장을 들어간 느낌인데 팔고 있는 상품들과 상인들만 이국적일 뿐이다.


가운데 첨탑을 세워놓았고 첨탑을 가운데로 구 이도교 시장과 신 이도교 시장이 나란히 있다.

흥정을 할 수 있는 시장이므로 여러 곳을 다니며 비교하여 물건을 사면 싼 값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고 또 위구르족의 독특한 물건 그리고 그들이 만든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 한 골목길에는 조금 값이 싼 골동품 파는 가게들이 있고 빌딩 3층엔 진기한 골동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3층 한 골동품 가게에서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족두리 같은 물건이 눈에 띄었다. 한 나라 시대의 물건으로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여자 머리에 얹는 장식품은 아주 예뻤는데 값이 자그마치 미화 2만달러를 호가하는 물건도 있었다.
한 달에 골동품 한 개만 팔아도 될 만큼 비싼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들 이어서인지 주인들은 가게를 지키지 않고 옆 가게에 삼삼오오 모여 마작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하면 우루무치 시내에서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우루무치 시내에서 나는 샨샨이와 버스를 타고 여기 저기 다녔는데 편안하게 보고 싶은 것 보고 길가에 파는 군고구마나 옥수수, 군밤 등을 사 먹으며 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내버스 요금은 1위엔(미화 1달러= 7위엔)이다.
내가 머문 미라지 호텔 옆에 아주 맛이 있는 국수집은 번화가에 있는데도 아주 허름해 보이는 식당이다.

호텔 문을 나서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길 건너기 바로 직전 오른쪽으로 빈 공터가 나오고 공터 뒤편으로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데 국수집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타국수 한 그릇 시키면 둘이 나누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고 국수 한 그릇 값이 중국 돈 13위엔 이며 식사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기다려야 한다. 국수 위에 얹는 고명으로 양고기, 쇠고기, 돼지고지, 닭고기, 야채 등이 있어 기호대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이곳의 시시카밥도 맛이 있는데 양이 정해져 있어 그 양이 다 팔리면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한족이 많아서인지 식당에는 돼지고기 요리가 많았다.

우루무치시는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이지만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시내는 고층빌딩들이 가득하다.

한국의 남대문 시장 같은 이도교 시장은 온갖 물건이 가득한데 골동품 전문점이 많다. 위구르인들이 즐겨 찾는 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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