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회 반세기 회고와 향후 비전

2010-06-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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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커네티컷 주립대 명예교수)

뉴욕한인회는 지난 11일 한인회관 강당에서 참립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팔자는 1950년대 컬럼비아대 대학원의 학생이었을 때 뉴욕지역 한인 학생회장에 당선된 일이 있었다. 나는 한국학생회 회장으로서 1960년 뉴욕한인회가 창립될 때 집행위원회 (현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때문에 나는 뉴욕한인회의 지난 50년을 돌이켜 보며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미래지향적인 한인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구시대의 사고방식은 버리고 참신하고 창조적이며 또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현실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제31대 한인회는 과거의 조직과 매우 다르게 참신하고 유능한 새로운 회장단과 집행위원회를 조직했다. 유능한 1.5세와 2세들이 많이 등용되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그들은 이민 1세대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 뉴욕한인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으며 뉴욕한인회의 젊은 부회장단 그리고 임원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달 부터 이번 행사에 대한 연락을 전자우편 (이메일)로 하며 의견도 교환할 수 있었으며 또 전화통화에서도 느낀 나의 판단은 그들이 우리 한인사회의 미래지도자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민1세대와는 확실이 다르다. 또 그래야만 한인사회도 변하고 한인회가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50년전 뉴욕한인회가 창립되고 초대 회장단부터 제5대 회장단에 이르기 까지 한인회 회장단의 대부분은 그 시대의 소산물이었다. 네포티슴(연고주의)가 팽배하였으며 그들은 매우 비합리적으로 한인회 집행부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1965년 미국이민법이 개정되고 동양인들의 쿼터제가 없어지고 동아시아계를 증폭하는 새로운 이민법이 제정되었다. 따라서 1970년대에는 한국인이 수십배로 증가했다. 미국의 한인사회가 성장하고 구성원도 바뀌었으며 또 한인들의 교육수준도 점차 높아졌다. 한인사회의 1.5세와 2세들은 유럽 혹은 다른 지방의 이민사회와는 달리 매우 열심히 일하고 사회봉사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미국이민사회의 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의 1.5세와 2세들은 전문직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또 교육계 와 실업계에 진출함으로써 한인들의 영향력도 각계 각층에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직의 많은 1.5세와 2세들이 뉴욕한인회에서 봉사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 보았다. 오늘의 한인회를 50년전의 한인화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50년전 뉴욕한인회 창립멤버와 오늘의 한인회 구성멤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다르다고 판단한다. 다음 50년의 한인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뉴욕한인사회의 미래상을 한번 예측해 볼 수 있다. 뉴욕한인회가 21세기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혈통주의와 지역연고주의를 초월하여 좀더 합리적이고 기능주의적이며 전문성을 존중하는 한인사회로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50년동안 참여했던 한인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한인사회로 변해 갈 것이며 뉴욕한인회도 오늘의 한인회가 아니라 21세기에 걸맞는 한인회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전통을 이어받은 한인2세와 3세들은 그들의 조상을 존중하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회가 해체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부모님과 선배들이 불러 일으킨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전통을 이어받아 뉴욕한인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의 형태와 기능은 매우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조직되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한인 1세대도 뉴욕한인회가 해체되어 없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들의 후손들이 계속 유지하고 또 친목회를 초월하는 한미단체로 육성하는 것이 미래 한인사회의 비전이며 희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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