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자 못 생기고 흔해도 ‘식탁의 보배’

2010-06-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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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칼륨, 비타민 C, 식이섬유, 산화방지제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몸의 열도 내려주며 위장병에도 좋은 식품이 있다고 한다. 과연 무엇일까?

값비싼 건강보조식품 이야기가 아닌, 못 생기고 너무 흔해서 싸구려 취급받는 감자 이야기다. 유럽의 식문화를 주도해 왔고 미국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단한 식품, 감자의 역사를 한번 풀어보자.

감자는 원산지인 남미 안데스에서 유럽으로 전해져 특히 북유럽에서는 보리를 대신하는 주식이 되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이 감자를 주식으로 하고 우유 정도만 곁들이면 지금도 인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양소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845년 감자를 주식으로 삼고 있던 아일랜드에 감자 병충해가 만연해 감자의 수확이 없어지자 굶어 죽은 사람이 100만명이 넘는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버리고 신대륙으로 이주하였다. 이때 미국으로 건너온 아일랜드인은 척박한 땅을 땀으로 일구어 지금의 미국이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대기근 후 400만명의 인구에서 현재 미국의 아일랜드계 인구가 4,000만명에 달한다. 43명의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아일랜드계 대통령이 20명이나 되는데 케네디, 닉슨, 레이건, 클린턴 등이 감자 병충해로 발생한 대기근을 피해 목숨을 걸고 신대륙으로 피난한 아일랜드인의 후손이다. 고작 감자가 중요한 식량자원으로서 역할을 하면서도 인간의 역사에 이처럼 크게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감자조림 한 조각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알칼리성 저칼로리 건강식품… 칼륨 풍부, 껍질째 먹어야


현대에는 탄수화물 때문에 다이어트 시 피해야 할 음식 또는 뱃살의 적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산화된 기름으로 튀겨내 해로운 음식 상위권에 항상 들어있는 프렌치프라이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이 있긴 하지만, 사실 감자 자체는 죄가 없는 알칼리성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며 인류의 주식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감자는 인체의 주 에너지원인 복합 탄수화물의 뛰어난 원천으로 영양학자들은 일일 신체 에너지 공급량의 50%를 탄수화물로부터 섭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지침 중 하나는 적절한 음식 종류와 양의 절제를 통해 칼로리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며, 탄수화물의 섭취가 곧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쪄낸 감자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이다.

마켓에 진열된 여러 가지 종류의 감자.


■ 감자의 영양


각종 오염과 잘못된 식생활로 인해 빠른 노화와 암을 유발시키는 산성물질에 찌들어 있는 우리 몸을 중화시켜 주는 알칼리성 음식인 감자의 영양 요소는 크게 탄수화물, 칼륨, 비타민 C, 식이섬유, 산화방지제로 나눠볼 수 있다.

칼륨은 감자의 껍질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심장과 혈관 건강에 매우 이롭다. 칼륨이 풍부하고 나트륨이 적은 식품이 고혈압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FDA에서도 인정한 사실로 껍질째 먹는 한 알의 감자만으로도 심장 혈관 건강에 좋은 칼륨의 일일 필요량 21%를 섭취할 수 있다.

흔히 과일류를 떠올리기 마련인 비타민 C도 풍부하다. 감자 하나에는 하루 권장량의 45%에 달하는 27mg의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고 항산화작용을 하고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해 줄뿐 아니라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각종 감염으로부터 건강을 지켜준다. 또 뼈 조직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콜라겐 생성을 도와주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뿐 아니라 노약자에게도 꼭 필요한 자연 음식이다. 무엇보다 기특한 것이 감자의 비타민 C는 열을 가해도 전분이 보호막을 형성하여 비타민 C의 파괴를 막아주므로 더욱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감자의 껍질에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가 들어있는데 칼로리는 없으면서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고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해 암과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감자는 산화방지제인 글루타티온을 함유하고 있는데, 아보카도, 아스파라거스, 호박, 컬리플라워, 브라컬리, 토마토 등과 더불어 야채 중 가장 많은 글루타티온 함유량을 자랑하며, 브라컬리에 이어 산화방지 효과가 두 번째로 높은 식품이다. 또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하여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가지고 있으며 식물성 식품이면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동물성 식품과 맞먹을 정도로 들어 있다.


비타민 C·산화방지 글루타티온
식이섬유 등 풍부 ‘값싼 보약’


■ 감자의 종류

감자는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러셋 포테이토 또는 아이다호 포테이토인데 타원형에 길고 둥근 형태로 일반적으로 감자튀김, 베이크드 포테이토, 포테이토 팬케익, 감자조림, 카레나 찌개 등에 넣는 용도로 무난하게 쓰인다. 노란 껍질과 황금빛의 속살을 가지고 있으며 부드러운 감촉이 좋은 유콘 골드, 적당한 크기에 빨간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껍질째 쪄먹기에 알맞은 레드 포테이토, 진한 푸른빛에 수분함량이 많은 블루 포테이토, 노화방지 성분이 많은 퍼플 포테이토 등으로 요리 방법과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다.
요리에 맞는 감자를 고를 때는 전분 함량에 따라 좌우되는 식감을 고려하면 좋다.

전분 함량이 많은 감자는 잘 부서지는 성질 때문에 굽거나 튀기는데 좋고 전분 함량이 낮은 감자는 부드럽고 쫀득한 질감 때문에 삶거나 조려내는데 좋다. 프렌치프라이, 매시드 포테이토를 만들 때는 러셋이나 아이다호 포테이토가 무난히 쓰이는데 다른 감자에 비해 전분 함량이 높아 보슬보슬한 맛을 낸다.
찌개나 물에 끓여 익혀서 포테이토 샐러드를 만들 때는 껍질까지 먹을 수 있도록 레드 포테이토나 햇감자를 사용하면 전분 함량이 낮아 쫀득하고 껍질을 씹는 질감이 더해져 좋다. 오븐에서 로스트 해 먹을 때는 크기가 작은 알감자, 손가락처럼 가늘고 길쭉한 핑거링 포테이토 등을 사용하면 모양도 예쁘고 맛있다.

껍질을 솔로 깨끗이 씻어내고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튀긴 감자’눈총? 요리하기 나름


■ 감자요리의 간단한 팁

*프렌치프라이를 만들 때: 감자를 자르고 나서 물에 최소 30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물기를 제거하고 튀겨낸다.

*매시드 포테이토를 만들 때: 감자를 으깬 후 너무 많이 저으면 전분이 강해지면서 끈기가 더해져 부드럽기보다는 끈끈한 상태가 되므로 너무 많이 저어주지 않는다.

*베이크드 포테이토를 만들 때: 껍질에 오일을 발라주면 바삭하게 잘 벗겨지는 껍질을 만들 수 있다.

*감자조림이나 볶음을 할 때: 감자를 썰어서 물에 담가두었다가 전분기를 빼고 요리해야 부서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감자와 표고버섯 조림, 감자는 물에 담가 전분을 제거해야 부서지지 않는다.


껍질 얇고 부드러운 것 골라야


■ 감자 고르기와 보관

감자를 구입할 때는 작게 파인 싹 눈의 숫자가 적으며 들어보아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고른다. 껍질의 색이 일정하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껍질의 두께가 얇고, 흠집이나 검은 반점 같은 것이 없는 것이 좋다.

껍질이 일어난 경우는 완숙하지 않은 감자를 일찍 수확한 것이라 맛이 무르고 싱거우므로 피한다. 껍질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긴 것은 저장기간이 길어져 수분 감소로 일어난 현상이므로 피한다. 금방 수확한 햇감자일수록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손가락으로 긁어 벗길 수 있을 정도이다. 껍질까지 먹을 것을 고려한다면 깨끗한 땅에서 자란 유기농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햇빛에 노출되면 껍질이 광합성을 하기 위하여 엽록소를 생성해 녹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빛를 피해 종이 봉지 속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사과 1, 2개를 함께 넣어두면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개스가 감자의 성장을 억제하여 상당기간 싹이 트는 것을 방지하면서 보관할 수 있다.

감자를 냉장 보관하면 감자의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어 단맛이 강해지기도 한다. 해가 들지 않고 건조하고 시원한 곳에 보관하고 씻어서 보관하면 싹이 쉽게 나므로 요리하기 직전에 세척하는 것이 좋다. 세척할 때는 솔로 꼼꼼히 문질러 씻어서 껍질까지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잘 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강한 감자는 종종 어떤 환경에서도 싹을 틔우곤 한다. 잘 알고 있듯이 싹이 트면 도려내고 먹어야 하는데 이는 어지러움과 구토 등의 중독증상을 일으키는 솔라닌이라는 유독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라닌을 함유한 싹은 감자를 노리는 벌레와 동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생성되는 물질인데 400mg 정도로도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싹이 나더라도 감자의 덩이 부분은 독이 없다고 하지만 단단하던 것이 물러지며 맛도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감자는 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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