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약재로 ‘냄새 싹’ 담백한 순대국 맛보세요

2010-05-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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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순대

LA 한인타운에서만 요식업에 종사한지 28년째를 맞는 베테랑 사업가 다니엘 오 사장은 역시 달랐다. 동서양을 막론하여 음식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직접 경영하고 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전문가였다. 웨스턴 순대와 함흥회관을 오가며 원하는 ‘그 맛’을 내기 위해 목숨 건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 내는 순대가 특별하고 냉면이 다르다. 베테랑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 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머릿고기·내장 등 건더기 푸짐
천겹살 갈아넣은 순대맛 깔끔
방목한 돼지로 만든 족발 쫄깃



지난해,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모두가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하던 무렵 ‘순대국 먹으러 가자’는 말이 유행이 될 정도로 파격적인 세일을 시작했을 때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이 순대국 같은 서민 음식이기에 싸고 맛있게 만들어서 많이 팔면 된다는 신념으로 시작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고객은 행복하고 입소문이 나 많이 팔 수 있으니 매상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를 증명이라도 하듯 오전부터 홀을 꽉 채운 손님들도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그런데 이 순대국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알고 보면 또 먹고 싶을 수밖에 없다. 싸게 판다고 해서 대충 만든 음식이란 소리 듣기가 싫어 가격을 낮추면서 오히려 순대국 뚝배기의 사이즈를 늘였다. 설렁탕을 끓인 국물에 돼지 머릿고기와 내장을 넣어 다시 진하게 끓여 내는데, 돼지고기는 먼저 한약재를 넣고 삶아서 냄새를 제거한 후에 넣기 때문에 느끼한 잡냄새 없이 깨끗하고 담백한 국물을 낼 수 있다. 영양 만점인 부추를 듬뿍 넣어 먹는 얼큰한 순대국 한 그릇에는 힘든 시기를 함께 잘 헤쳐 나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미 타운의 명물이 된 순대 이야기를 해 보자.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어 맛있기로 소문난 데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순대 속으로 찹쌀, 당면, 선지, 야채와 함께 안심과 볼 살(천겹살)을 갈아서 넣는 비법이 바로 그것인데, 질 좋은 안심과 돼지 한 마리당 1파운드 정도 나오는 볼 살을 넣어야 제대로 된 순대 맛이 난다는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부분에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맛을 만들어 내는데 손님들이 다 알아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순대는 타주에서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1파운드씩 진공 냉동 포장으로 준비되어있다. 모듬 순대에 함께 나가는 보살감투, 혀, 간 등의 내장과 족발도 한약재와 함께 익혀서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다. 쫄깃한 맛이 일품인 족발은 방목으로 키워진 캐나다산을 사용한다. 냄새 없애는 것이 관건인 돼지고기 요리를 심혈을 기울여 가장 맛있게 만들어내는 정성이 보인다.


푸짐한 모둠 순대.

아삭한 돌산 갓김치·부추무침 별미


한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변함없이 밥과 김치라며 쌀은 항상 최고의 만생종 쌀을 고집한다. 게다가 오사장의 김치 사랑은 더욱 특별하다. 일주일에 1톤 트럭 4대의 재료가 배달되어 8,000파운드의 김치를 담근다니 상상조차 가지 않는 양이다. 오사장이 운영하는 함흥회관에는 1000스퀘어 피트짜리 대형 김치 냉장고가 있어 깍두기와 갓김치를 가장 맛있게 냉장발효 시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웨스턴 순대의 감초 격인 돌산 갓김치는 멕시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여 물량을 조달한다. 아삭하고 향긋한 전라도식 갓김치가 돼지고기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항상 일정하게 잘 익은 상태로 서브되는 깍두기는 조선무보다 물이 많아 꼬들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은 외무를 사용하여 담근다.

사철 내내 맛보는 부추 무침도 별미인데 굵고 넓은 중국 부추를 사용하여 싱싱하면서도 부드러운 씹는 맛이 좋고 맛이 더 풍부하며 영양도 살렸다. 미묘한 맛의 차이와 식감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구하다 보면 재료를 완전히 바꾸게 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가오는 여름 더위를 식혀줄 칡냉면 애착도 대단한데, 오사장이 육수를 직접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반 냉면과 달리 고기 육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칡냉면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사과를 저온 발효하여 만들어낸 달콤하고 깨끗한 과일 육수 맛이 일품이었다. 와인처럼 깊고 풍부한 과일 맛이 살아있는 달콤한 육수는 지치는 여름, 눈을 번쩍 뜨이도록 해 주기에 충분 했다. 칡 냉면은 1시간까지 면이 불지 않아 투고가 가능하다.

짠 된장을 보완하기 위해 보리밥을 넣어 자체 발효시켜 염분을 줄이고 구수한 맛은 살린 된장찌개, 김치찌개용 김치만 따로 담가 6개월 이상 숙성한 김치만 골라서 끓여내는 김치찌개, 싱싱한 민들레 무침, 오직 감자만 갈아서 담백하게 쌀기름으로 부쳐내 감자 맛이 살아있는 감자전등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메뉴 들이다.

오사장의 경영 철학은 간단하다. 바로 ‘손님의 마음을 읽는 것’. 몸에 좋은 음식을 맛있게 싸게 만들면 반드시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으로 성공 할 수 있다는 경험담을 전해주었다.


돌산 갓김치와 깍두기, 부추무침.


신선한 생굴 보쌈 정식


저온 발효한 사과 육수가 일품인 칡냉면.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웨스턴 순대 안내>

▲가격 : 순대국 3그릇에 10.99달러, 순대접시 9.99 ~38.99달러,
모둠 순대 44.99달러, 족발 19.99~ 38.99달러,
된장찌개 김치찌개 9.99달러, 강원도 감자전 7.99달러.
▲주소 : 543 S. Western Ave. #E, Los Angeles, CA 90020
▲전화 : (213)389-5288
▲영업시간 : 주 7일 24시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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