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집착과 욕심이 불행이다

2010-04-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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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발가락에다 칫솔을 끼워 양치질을 한다. 머리는 땅에 박힐 정도로 숙여야만 한다. 골고루 양치질을 한다. 손으로 칫솔질 하는 것보다도 더 잘한다. 아랫니 윗니 할 것 없이 골고루 닦는다. 발가락에 끼워진 칫솔이 빠질 것 같은데 안 빠진다.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손가락의 엄지와 둘째손가락 역할을 아주 썩 잘 해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손으로 하기도 힘든 컴퓨터 수리를 발가락으로 해 낸다. 컴퓨터를 수리하고 조립하려면 손 가지고도 힘든 데 발가락으로 척척 해 낸다. 또 없어진 손가락 대신에 간신히 남아 있는 팔의 오른쪽 부분에 끼워진 숟가락으로 밥을 잘 먹는다. 밥 한 톨 흘리지 않고 아주 잘 먹는다.

스무 살이었던 1987년, 제지공장에 근무하던 중 사고로 두 팔을 절단해야만 했던 박명수씨. 그는 두 팔이 없다. 절망과 좌절 속에만 머무를 수 없었던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컴퓨터 를 배운다. 2003년 정보화협회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수리하는 것을 이수했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 컴퓨터 수리와 홈페이지 관리를 해 오고 있다. 컴퓨터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수영도 잘 한다. 양 팔이 없어도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어떤 거리낌 없이 수영을 한다. 발로만 하는 그의 수영은 육체가 정상인 사람보다도 수영을 더 잘 한다. 그의 얼굴은 활짝 웃는다. 양팔은 없어도 그의 마음만은 밝다. 누가 보더라도 그는 정상인 중의 정상인이다.


‘궁따리 사바라’를 부른 클론의 멤버였던 강원래(41). 그가 ‘꿍따리 유랑단’ 공연을 통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는 2000년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이 되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하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 살던 그가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온 것은 사고가 난지 4년이 되는 해이다. 2004년 그는 천안 보호관찰소에서 비행청소년을 위한 강연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전도사가 되었다. 꿍따리 유랑단은 2008년 그가 창단했고 교도소 등을 돌며 공연한다. 유랑단의 멤버는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장애인들이 육체가 정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치며 그들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강원래는 “장애인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단지 서로 다를 뿐”이라며 장애인도 바꿔야 할 게 많다고 한다. “도움과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력으로 인정받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장애인들은 육체적으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양 팔이 없어도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박명수씨. 하반신 불구로 휠체어에 의지해 있으면서도 비행청소년들을 위해 교도소를 방문하여 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며 살아가는 강원래씨. 이처럼, 육체적 장애를 갖고 살면서도 육체적으로 정상인 사람들보다도 더 행복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많이 있다.

오히려 정상인들이 더 불평불만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욕심이 답인 것 같다. 또 다른 답은 자신보다도 훨씬 불행하면서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왜, 높은 곳만 바라보는가. 왜,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가. 해 보지도 않고 할 수 없다고 하는 무력감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자신에게 불어 넣어 주어야 한다. 양 팔이 없어도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수리해주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박명수씨를 보면 못할 것이 무엇인가. 휠체어에 타서도 궁따리 유랑단을 조직해 사회에 희망을 전달해주는 강원래씨를 보자.

정상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을 불구로 만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일 수 있다. 이 말은, 가진 것이 너무 많기에 버리지 못하고 웅켜 잡은 집착과 욕심 때문에 그렇게 불행해 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누어 줄 것이 있으면 나누어 주고, 적당히만 살아간다 해도 더 이상은 불행해 지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칫솔질 하고,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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