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 풍랑 인해 더 빨리 갑니다

2010-03-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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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풍랑 거센 바다 한가운데로 던져졌다. 칠흑 같은 어둠과 삼킬 듯 달려드는 폭풍 속이었지만, 고난으로 인해 인생의 배는 더 빨리 달려간다.

평안할 때는 편히 자고 쉬고, 목숨 걸고 일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격랑 속에선 사사로운 일상의 여유조차 일절 허용되지 않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처음엔 비상사태가 힘들어 견딜 수 없었는데, 하나님은 온힘 다해 돛대를 더 높이 올리고 전투적 자세로 노 젓는 일이 결코 고통만은 아님을 알게 하신다. 배안에 있던 짐들을 과감히 성난 바다 속으로 내어던진다. 그동안 움켜쥐었던 욕심의 보따리들은 물론이고, 일상의 짐까지도 아낌없이 내던지며 오직 목숨을 건지기 위한 분초를 다투는 거룩한 사투가 시작된다.


사실 배를 타면서 꼭 필요하리라 생각해서 챙겼던 물건이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풍랑을 만나고 보니 더 이상 불필요함을 깨닫는 것이다. 어려움은 몸과 마음의 불순물을 빼내는 정화제다. 불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정금같이 제련되는 영적 성숙의 복이 선물로 주어진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지금 나의 최선은 무엇인가?” 평상시 사용했던 오감위에 직관력과 영적 감각까지 보태지는 거룩한 성숙의 시간이다.

시험을 만나도 피할 길을 주시고 감당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참 좋은 분이셨다.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열어놓으시는 하나님! 고개만 조금 돌리면 그 열린 문이 보이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까.

환란 때에는 진정한 친구를 발견하는 은혜도 있다. 그동안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친구와 구경꾼으로 나눠진다. 말없이 달려와 넉넉한 사랑으로 안아주는 위로자가 있는 반면, 친구인줄 알았는데 근거 없는 헛소문을 입에 달고 다니는 구경꾼으로 얼굴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친구는 마음아파 기도 속에 침묵하고, 구경꾼은 말이 많아진다.

격랑에 파선되는 줄 알고 두려웠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덕분에 1년 걸릴 항해가 가속이 붙어 며칠만에 끝나게 된 것이다. 초자연적 하늘 힘의 도움을 받은 나는 잊었던 찬송가 가사가 매일 주제가처럼 입에 달고 다닌다. ‘큰 물결 일어나 나 쉬지 못하나… 이 풍랑 인연하여서 더 빨리 갑니다.’

뜻밖의 고난 때문에 인생 항해의 속도와 방향이 교정된다. 하나님은 평상시 체험하지 못했던 더 크고 놀라운 위로와 감사, 찬송을 주시어 넉넉히 이기게 만들어 주신다.

요즘엔 아침마다 새롭고 황홀하다. 1년에 한 번뿐인 새해 첫날이 날마다 새로 열리는 것 같다. 날마다 새 날, 새 마음, 새 희망, 새 기쁨이 넘쳐난다.


뒤돌아보고 억울해 할 시간이 없다. 밝고 경이로운 미래를 향해 있는 힘 다해 힘차게 노를 젓는다. 내 힘만으로 사는 것이 아님을 삶으로 경험했기에, 내가 힘이 모자랄 때마다 나를 업고 가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주님이 붙여 주신 ‘사람천사’들의 힘찬 응원이 있기에 모순 많은 세상에서도 천국을 누리며 춤춘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 오늘도 항상 붙드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 내일도 가장 안전한 항구로 인도하실 여호와이레의 하나님….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모든 것이 사랑입니다.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정한나 /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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