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 청실홍실 모임을 아세요?

2010-03-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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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좋은 부모나 친구, 스승이나 은인, 남편과 아내를 만난 덕분에 행복한 일생을 보내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수없이 보며 살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연속극 ‘보석비빔밥’만 봐도 그렇다. 모든 것이 ‘만남’에서 시작해 ‘만남’으로 끝난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여주인공 ‘궁비치’ 아가씨가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서재덕’ 오빠와의 인연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스토리다. 그 뿐 아니라 비치 아가씨의 남동생인 ‘호박’이와 같은 반 여학생 ‘끝순’이와의 사귐에서부터 심지어 70을 넘긴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든 이의 관심사가 ‘만남’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알고 보면 인생은 ‘만남’의 역사다. 개인간의 만남이 가정을 만들고, 이웃과의 만남이 사회를 형성하고, 그 사회가 모여 국가를 이룬다. 인간역사는 연속극이 말해주듯 ‘개인’간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좋은 만남으로 인생길이 행복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잘못 만난 인연으로 ‘웬수(?)’ 같은 삶이 되는 걸 보면 ‘만남’의 인연은 개인은 물론 가정과 역사까지 바꾸어놓을 수 있다.


요즈음 주변을 보면 자녀의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자녀들이 ‘짝’을 못 찾고 나이 들어가는 가는 것을 보면서 부모들은 말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옛날 부모님 세대처럼 친척이나 이웃을 통해 중매가 들어오는 상황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교제할 여건도 아니다.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다 보니 가까운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녀들도 고교를 졸업한 후 집 떠나 먼 곳에서 공부하다 보면 어느덧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기 쉽다. 그런데다 먹고사는 의식주 환경이 혼자 살기에 불편이 없는 시스템이어서 ‘꼭 결혼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드니 자칫 혼기를 놓칠 위험성이 높다. 그 때문에 요사이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짝’을 데리고 와서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그것을 효도라고 여긴다.

사람은 생각과 삶의 패턴이 비슷하면 친밀감을 느끼고 동화되기 쉽다. 그 때문에 신앙이 같으면, 가치관과 사고가 비슷하여 쉽게 우정이 싹트고 사랑으로 발전할 확률도 높다.

이점에 착안하여 최근 남가주 천주교 안에서 종신부제들이 들고 일어나 적령기 자녀들의 ‘짝찾기’ 운동인 ‘청실홍실’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사례금을 전혀 받지 않는 순수 봉사정신에서 하는 일이다.

혼기가 찬 자녀들이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한 성가정을 이루기를 열망하는 부모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자녀 소개’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게 목적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짝찾기 모임에 가라면 창피한 느낌이 들어 아예 외면하거나 자존심 상해하며 화를 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당사자인 자녀보다 자녀를 제일 잘 아는 부모님들끼리 먼저 만나 자기 자녀에게 잘 어울릴 미래의 며느리, 사윗감을 찾는 모임이다. 이것이 삶의 지혜요, 복 받는 비결이다.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를 내시고 그들이 ‘한몸’이 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은 그 비결을 성서 안에 말씀해 놓으셨다. “찾아라!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각 성당의 사무실에 신청서가 준비 돼 있다. 청실홍실 사무국장 정찬열 시인(714-530-3111)에게 연락해도 된다.

김재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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