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 이시야마를 다시 만나다 (상)

2010-0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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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욱이 이야기

승욱이 보청기를 맞추면서 청력사 지나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청기의 mold를 본뜨는 과정에서 승욱이 귀안에 귀지(귓밥)가 너무 많아서 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듣게 되었다. 눈이나 귀를 만지는 것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귀지를 파주는 일을 한 번도 해준 기억이 없다. 약국에서 파는 귀지 뽑는 액체로 귀지를 녹여 뽑아 보라고 했다.

주말에 승욱이 귀에 액체를 떨어뜨리려 해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기숙사 간호사에게 순회하는 의사가 오면 승욱이 귀지를 뽑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 주가 지나고 기숙사에서 연락이 오기를 의사가 귀만 만져도 머리를 뒤흔들어 대는 통에 귀안을 들여다보지도 못했단다. 다시 주말에 집 앞에 있는 소아과에서 간호사와 내가 붙잡아도 귀안을 보여주기는커녕 승욱이의 발길질로 한대씩 얻어맞았다. 소아과 선생님은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귀지를 뽑기는커녕 들여다보지도 못하게 하는 아이를 누가 진료를 해주겠냐고 하신다.

UCLA에 청력사 지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승욱이 와우이식을 담당했던 이시야마 선생님에게 예약을 할 모양이다. 와우이식 수술 후 언젠가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예약이 잡히질 않는다. CCS에서 병원비에 대해 승인이 나지 않아 계속 기다리는 중이다. 한 달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기에 담당 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귀지를 뽑는 것으로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건 응급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비 승인을 해줄 수 없단다. ‘이런. 지금 몇 달을 기다린 건데…’


아무 병원에서 귀지를 뽑을 수 있으면 왜 UCLA 병원까지 가겠는가! 담당복지사에게 승욱이 상황을 자세히 말했더니 신기한 듯 그저 웃기만 한다. UCLA에 확인전화를 하고 병원비 승인을 해줄지 결정 하겠다고 했다. ‘뭐가 이리 항상 복잡한 건지.’ 다행히도 한 달 후에 승인이 나고 병원 예약하는데 두 달을 걸려 총 6개월 만에 이시야마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5년 전 와우이식을 담당했던 승욱이란 아이를 기억하실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괜히 심장이 방망이질을 한다. 드디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정말 오랜만이죠? 우릴 기억하시나요?” “물론이죠. 들어오기 전에 지나를 만나고 들어오는 겁니다. 그동안 얼마나 잘 진행이 되고 있는지 물어봤어요.” 변하지 않은 선생님의 친절함이 심장의 방망이질을 멈추게 하는데…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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