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머피의 법칙

2010-0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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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차량에 비상이 걸렸다.

고장이 적고 리세일 가격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각광을 받은 그 토요타의 오랜 아성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유 튜브(U Tube) 동영상을 통해 본 일가족 참사를 비롯해서 줄줄이 날아드는 리콜 소식에 운전주행이 불안하다.


새 차를 구입하려 몇 달을 궁리하다 겨우 골라 낸 차량이 하필이면 리콜 대상이라니 맥 빠진다.

앞으로 싫든 좋든 몇 년을 타고 다녀야 하는데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불안하기만 하다.

살면서 꼭 그것만은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데도 부득이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더러 생긴다.

학창시절 그 흔한 미팅 때 꼭 원치 않는 상대방이 파트너로 정해지고 아파트도 엉뚱한 호수가 당첨돼 낙심한 기억이 새롭다.

주식시장에서 손해 본 후 늦게 부동산 투자 대열에 꼈는데 그것도 가장 먼저 집값이 하락해 안타깝다.

뿌린 대로 거둬들인다는데 때로 현실은 반대로 진행된다.

큰돈은 하늘이 내린다는데 하늘은 본인에게만 무심한 듯하다.


살면서 나와 상관없는 일은 별로 없다.

단지 시간차이 일 뿐, 옛말에 “흉보고 배운다.” 더니 남에 대한 비판 속에 어느 새 내 모습또한 그 안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자동적으로 배워지는 건 작은 겸손이다.

아무리 일류대학 출신에 잘 나가도 이민 와서는 양복 쫙 뽑아 입고 출근할 만한 미국 직장이 별로 없다.

한국의 아파트 팔아 삼사십만불 들고 들어와 뭐 딱 부러지게 할 만 한 게 없다.

그 정도의 돈은 날려먹기 딱 십상이다.

아주 빈 손도 아닌 어정쩡한 돈이라 좋은 비즈니스 알아보며 전전긍긍하다 어느 새 은행잔고가 바닥 나 버린다.

삼사백 불 들고 미국 와서 성공한 이민사는 이제 오래된 신화로 불린다.

정당한 방법으로 웬만한 달러를 들여와도 수업료만 잔뜩 내고 안정을 찾지 못한다.

남들은 시기도 잘 맞추고 좋은 차에 잘 사는데 자신만 초라한 듯한 좌절감만 든다.

어찌 보면 우리가 보는 건 그저 겉모습일지 모른다.

한 번도 좌절 느끼지 않고 승승장구한 사람이 추락하면 회복이 더 어렵다.

숏세일 상담 차 만난 고객 중에 정말 남에게 알려질까 신경 쓰며 몇 번을 비밀로 해달라는 당부를 받은 적이 많다.

그저 부동산 흐름상, 현실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편안한 설명을 드리고 다시 다음 시기에 시도해 보라는 용기를 아무리 드려도 끝까지 버티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스트레스 받는다.

더 오를 줄 알고 투자용 집을 끝까지 지니고 있다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접고 고집 쓰며 밀고 나간 뚝심에 탄식이 나온다.

남이 잘 되든 아니든 나와 상관없는데 우린 타인에게 너무 민감하다.

가진 것을 잃고 나면 그제서야 남에게 보여 주는 삶이 아닌, 소박해도 그 안에서 주어진 나만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생겨 편안해진다.

내 의지와 어긋나는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으로 삼는다면 앞으로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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