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매물 부족이 가져 온 새로운 변화

2010-0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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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월 1일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한데 벌써 2월이 되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 하지만 매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아직까지 의구심을 갖는다.

부동산 시장은 차압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만 무성한 채 실제로 나오지 않아 작년 초부터 시작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군이 좋은 지역은 매물이 없다보니 일반 매물도 가격이 조금만 낮게 나오면 복수 오퍼가 들어와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다 보니 각 회사, 각 오피스의 동료 에이전트들 간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예전에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물이 마켓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렸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자는 의미에서 리스팅을 받으면 먼저 동료들에게 잘 팔아달라고 광고도 하고 서로 좋은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리스팅을 마켓에 내놓기 전에 같은 회사 안에서 먼저 광고하면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가격에 잘 팔리는 경우도 많았으며 이로 인해 같은 소속의 에이전트들 간에도 좋은 연대감이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정보의 공유,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매물 부족 현상 때문이다.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바이어가 있어도 오퍼가 성립되기가 어렵다. 은행차압 매물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숏세일 매물마저 경쟁이 심해졌고 바이어들 역시 여러 집에 정상적으로 오퍼를 넣어 보아도 에스크로 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자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바로 연락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 시작했다.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바로 연락하면 경쟁 없이 좋은 가격에 그 매물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이 바이어들 간에 형성되어 가고 있고 또한 오퍼가 받아들어질 기회가 높다. 바이어의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으며 커미션을 더 받을 수 있는 리스팅 에이전트 입장에서 볼 때 서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리스팅을 가진 에이전트의 입김이 딜에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매물은 마켓에 내놓아도 다른 회사 다른 에이전트는 물론이거니와 자기 회사 손님보다 우선 자기 손님의 오퍼를 받아 숏세일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숏세일의 특성상 셀러의 역할을 하는 은행은 어떤 오퍼가 들어오는지 정확히 알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셀러가 원하는 가격만 바이어가 맞출 수 있다면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한번은 숏세일 리스팅을 마켓에 올려 놓았는데 한 바이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는 에이전트가 없는데 필자가 듀얼 에이전트 (바이어와 셀러를 동시에 대변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해달라는 거였다.

필자로서는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손님을 보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연히 리스팅을 관리하러 갔다가 잘 아는 에이전트의 손님으로 그 리스팅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필자의 손님들 역시 다른 매물을 사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에이전트들 간의 이러한 일시적인 이기적인 행동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마켓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가면 자연스레 없어지리라 본다. 한동안은 이러한 현상이 결코 마켓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정기간 각 회사, 각 오피스마다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이 부동산을 시작하는 에이전트들에게는 이중의 힘든 시기가 될 것이며 몇 배의 노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
(818)357-7694


에릭 민 / 뉴스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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