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절대 절명, 위기 일발!! (2)

2010-02-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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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여름, 세명의 납치범들에게 납치 당한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보잉 767 비행기는 모두 175명의 탑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채, 오스트렐리아로 가기를 주장하는 납치범들의 무리한 요구를 연료가 떨어져 거부하고 남아프리카의 한 섬으로 비상착륙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비행기 연료가 떨어진 사실을 믿지 못 한 납치범들은 “아반테” 기장에게 비행기를 계속 오스트렐리아로 운항하도록 강요하였다. 이들이 다투는 불과 몇초 사이, 비행기는 계속 고도가 떨어져 내리면서 그들이 착륙할 수 있는 마지막 비행장의 위치마저 놓치고 말았다. 이제 비행기는 바다에 내리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바다에 내릴때 육지에 착륙할 때 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성공률도 많이 떨어진다. “아반테”기장은 우선 RAT(Ram Air Turbine)라고 불리는 비상장치를 작동시켰다. 이 장치는 비행기 엔진이 멈춰 전기공급이 안 될 적에, 비상으로 발전시키는 최후의 수단이다. 떨어져 내리는 비행기의 공기저항을 이용해서 터빈을 돌려 발전시켜, 조종석내 각종 계기와 핸들 등, 최소한의 제어장치를 가동시키는 마지막 비상장치인 것이다.


이 비행기는 현재 1천 미터 하강시 약 18.5 킬로미터를 활공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반테”기장은 기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비행기를 바다에 비상착륙 시킬 예정이니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되, 아직 조끼에 공기는 부풀리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많은 승객들이 당황하고 급한 마음에 기장의 지시를 무시한 채 구명조끼의 공기를 부풀렸다. 기장은 자신도 구명조끼를 입으며 테러범들에게도 구명조끼를 입고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지만 그들은 기장의 말을 듣지 않았다.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착륙할 때의 속도는 보통 시속 250 내지 270 킬로미터 정도이다. 그러나 현재 이 비행기의 속도는 시속 370 킬로 미터로 정상 착륙 속도보다 100킬로 미터 이상 빠른 위험한 속도였다. “아반테”기장은 마음 속으로 “줄루! 넌 할 수 있어!!” 라고 계속 외치면서 비행기를 섬 근처의 바다에 내리기 시작했다. 섬의 관광객들이 갑자기 저공으로 낮게 나타난 비행기를 보고 놀라 어쩔줄 모르며 당황하는 사이 한 관광객이 자신의 비디오 카메라로 이 비행기의 극적인 비상착륙 장면을 촬영하였다. 비행기는 동체가 바다에 부딪치며 두번 튕겨져 나와 균형을 잃고, 세번째 튕기면서 왼쪽 날개가 먼저 물에 처 박히며, 너무나 빠른 속도의 충격으로 비행기 동체가 너댓조각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조각난 비행기동체 안으로 바닷물이 파도처럼 사정없이 밀려 들어오며 구명조끼의 공기를 미리 부풀렸던 승객들은 비행기 잔해의 천정으로 떠 올라 출구를 찾지 못 한 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아반테” 기장의 명령을 무시한 채 씨-트 벨트를 매지 않았던 테러범 세명도 모두 즉사하였다. “아반테” 기장은 비행기가 바다에 떨어지자 씨-트 벨트의 버클을 풀고 헤엄쳐 나오는데 자리에 갇힌 여자 승객 한명이 자신의 다리를 잡았다. “아반테” 기장은 그녀를 의자에서 버클을 풀어 간신히 끄집어 낸 후, 숨이 넘어갈 듯이 헐떡이며 겨우 물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부기장 “메쿠리아”와 함께 물밖으로 나와 둘러보니 비행기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잔해가 사방에 흩어져 둥둥 떠 다니는 것이 보였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섬 근처 바다의 얕은 곳에 추락하였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튕겨져 나간 어떤 승객들은 물을 걸어서 나오기도 하였다. 수 많은 관광객들과 섬 주민들이 뛰쳐나와 구조를 도왔으며, 마침 그곳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있었던 몇 사람들은 그들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넘어 바다로 추락한 비행기의 생존자들을 구해 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승무원 포함 총 탑승인원 175명 가운데 50명의 생존자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그들은 “아반테”기장의 용감하고 침착했던 비행기 조종에 감사를 표하였다. 사고의 모든 조사가 끝난 후, 국제 조종사 협회는 “아반테”기장의 용감했던 행동과 훌륭한 업적을 “최고의 조종사”로 표창하고 치하하였다.
(310)968-8945

키 한 /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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