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리 Hamilton Capital Market Manager
1992년 가을, 플로리다 반도의 최남단 지역인 마이애미는 반세기만의 최대 천연재해를 겪었다. 허리케인 앤드류스의 강타로 남부 플로리다는 거의 쑥대밭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스테이트 팜, 올스테이트 등 보험회사들은 일률적으로 모두 신규 주택 보험을 정지하게 되었다. 대안책을 긴급히 마련해야만 했던 당시 플로리다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보험공사를 신설하여 일반 주택 소유주들에게 다시금 보험을 제공하게 되었으나, 보험료는 이미 허리케인 전보다 3배 이상의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되었다.
이같은 천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건물이 상해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라면 이를 복구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없거나 매우 적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상당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비즈니스를 하지 못해 소득도 없는데다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자기 자본으로 주택이나 상가를 수리하거나 재축해야 하는 경우라면 금전적인 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인해 아예 건축물을 내팽개치고 재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비단 건물주만 경제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 해당 건축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도 피해를 입게 됨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40만달러짜리 집에 대하여 30만달러의 모기지 융자를 해 준 은행이 예상치 못한 화재로 집이 다 파괴됐다 하더라도 주택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보험사에서 모든 비용을 들여 해당 주택을 원상복귀시켜 놓게 되므로 은행은 별 문제될 것이 없다. 만일 집주인이 모기지 상환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새로 고쳐진 집을 경매 등의 방식으로 임의 처분하여 채권액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보험가입이 취소된 상황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집주인이 자연재해로 파괴된 집에 대해 개축을 하지 않거나 아예 해당 건물을 포기해 버린다 해도 여전히 채무자로서 은행에 빚을 상환할 의무는 남게 된다.
그러나 집도 고치지 않는 사람이 은행 빚을 갚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되면 은행은 해당 건물을 임의 처분을 하려고 해도 원래 가치인 40만달러에 훨씬 못미치게 될 뿐만 아니라 융자원금인 30만달러는 커녕 한푼도 못 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은행은 모기지 융자를 해줄 때 반드시 보험가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은행은 보험료를 재산세(Property Tax)와 마찬가지로 원금 및 이자에 가상하여 에스크로우 계좌에 예치하고 있다가 갱신일에 맞춰 집주인을 대신하여 보험료를 내주게 된다. 왜냐하면 집을 클로징 할 때는 주택 보험에 가입하였지만, 1년 후 재가입을 하지 않거나 중간에 보험료 납부를 하지 않음으로써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해당 부동산에 대한 보험료 효력이 상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은 융자 원금과 이자를 매월 받을 때 아예 1년치 보험료의 12분의 1씩을 추가로 받아 에스크로우 계좌에 예치해 놓고 있다가 보험 갱신일에 맞춰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산세도 이런 식으로 받아 대신 납부를 해 주게 된다. 그래야 은행 자신이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크로우를 면제 받고 집주인이 알아서 직접 보험료와 재산세를 납부하게 할 수 있는 옵션도 있으나 이 경우 은행은 클로징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이는 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주택보험은 흔히 Home Owner’s Insurance 또는 Hazard Insurance라고도 부른다. 이 보험은 일반적으로 화재, 강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보상범위를 갖는데, 대개는 패키지로 정해진 일반적인 보상범위가 있고 추가로 보상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집주인들은 보험료를 절약할 목적으로 추가 보상을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특정 지역의 경우 특정 재난에 대비한 별도의 프리미엄 가입을 강제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보험은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 다시 말해 집주인이 보험사를 선택할 수 있다. 융자은행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평소 거래가 잦은 보험회사로부터 주택보험을 직접 가입하고 해당 자료를 융자은행에 제출하면 된다. 대개의 경우 자동차 또는 생명보험 가입회사에 주택보험을 함께 가입하는 것이 추가 할인 혜택이 있어 유리할 수 있으나 보험사에 따라 주택보험을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같은 보상범위에 가급적 보험료가 저렴한 곳을 직접 찾아서 가입함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