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 -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면서

2010-0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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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일보 부동산 클럽의 칼럼으로 애독자들을 글로 맞이하는 것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근 2년 동안 매주 빠짐없이 목요일 부동산 칼럼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깊지 않은 부동산 지식과 서투른 글재주를 이용하여 혹시 독자들께 심려나 끼치지 않았는지 늘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한 주 한 주를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 2009년의 지나고 2010년이 시작됐다. 어느새 바람이 차서 보니, 겨울이 왔고, 또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갔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며 살다보니,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 이렇게 빠를 수가 없다. 횡 하니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차다 하고 고개 들어보면 어느 사이 푸른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길가에 낙엽으로 떨어지고 있고, 아침 햇살이 조금 뜨겁다고 돌아보면 어느새 여름이 흰 장미 가득한 우리 집 정원에 벌써 다가와 있었음을, 한 해가 지나가고 돌아오고, 계절이 이리 쉽게 지나가고 또 돌아오는 것을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이때쯤에만 느끼는 사치스러운 감정일까. 그저 발톱 몇 번 깎고 나니 한 해가 가버린 것이 아닌가 가슴 한쪽 구석이 잘려진 듯 시리다.

부동산 업자로서의 한해는 마냥 짧기만 하다. 통상 한 고객을 매매로 완성시켜 드리기 위해 걸리는 기간이 3~4개월이 걸린다. 새로운 고객을 맞이하여, 해당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하고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와 가격의 주택을 찾아서 보여드리길 여러 번. 맘에 드는 주택을 찾기까지가 보통 1개월에서 2개월 정도다. 오퍼를 쓰고, 경쟁하여 에스크로를 열 때까지 1개월, 매매가 완성될 때까지 1개월. 그리하여 한 고객 맞이하면 벌써 부동산 에이전트에게는 이미 3개월이 지나가 있는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느끼는 생활과 업무의 반복 순환기간이 1주일인데 비해 부동산 에이전트들에게는 그 기간이 3개월이다 보니 한 해가 그만큼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고객들에게 주기적으로 캘린더와 엽서도 보내고 틈틈이 편지도 보내고 신문광고도 열심히 만들어 보내고 여러 잡지에 주기적으로 칼럼도 쓰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평일처럼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한해 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나 보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무 것도 해놓은 것이 없이 전년과 하나 다를 게 없는 한 해를 보낸 것이 아닌가 싶어 마치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발표만 기다리는 입시생처럼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지난 한 해, 정신없이 고객을 안내하면서 오직 매매에만 신경 쓰면서 바이어가 깊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서두르지는 않았는지, 오직 거래에만 연연해서 하거나 단점이 있는 주택임에도 단지 바이어가 좋아한다는 점만 보고 그 단점을 지적해 주지는 않았는지, 오직 매매가 끝난 후의 수입만 생각하면서 셀러와 바이어의 마음 구석구석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은 없는 지, 고객 한 분 한 분을 어디 하나 소홀함 없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불편하게 해 드리지는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2010년 새해에는 좀 더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들을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오직 매매건수와 그에 해당되는 수입이 주목적이었다면 분명 이제부터는 고객들에게 가슴과 마음으로 다가가는 진정하고 따뜻한 안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겠다.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로 인해 고객에게 이익이 되고 고객에게 그 즐거움과 기쁨이 더해진다면 이제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해야겠다. 그 일을 아무도 하지 않더라도 그 일이 내 주변의 고객들에게 이익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일이면 그 일이 나의 실적과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기꺼이 그 일을 해야겠다. 그로 인해 더해지는 기쁨과 보람은 결국 에이전트 자신의 몫이 될 것임을 믿는다.

1등 지상주의와 실적 우선주의, 자기 과시에 가득 찬 삭막한 현실 속에서 진정 사람다운 만남 평생 기억되는 귀한 인연들을 위해 보다 감성적으로 살아보는 것도 부동산 에이전트라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혜택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661)373-4575

제이슨 성 /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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