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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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다치면 화난다

2009-12-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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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훼이스 크리스챤 대학 교수)

미국은 오래 전부터 어린이를 가르치는데 있어서 사랑과 더불어 존경으로 교육에 임하도록 원리가 짜여져 있다. 어린이가 갖고있는 천부적인 자질과 능력을 인정하여 인격적인 존재로 대하면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부모가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혈육을 살갑게 여기고 사랑한 나머지 자질과 개성을 알아차려 이를 존중해 주어 계발시켜줘야 할텐데 사회의 관습이나 기존의 전통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체마다 존재가치가 있고 존재이유가 있는데 근시안적으로 폄하하지 말고 상대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일 것이다. 남녀노소 없이 모든 이가 자존감을 갖고 있으며 이를 잃지말아야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인간은 자존감이 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라 일컬어질 만하다. 이 자존감이 타인의 못된 우월감이나 변형된 열등의식의 헤꼬질로 침해를 당하면 당한 이는 그 자존감의 방어나 회복을 위해 급격히 반응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존감을 건드리는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사람들로 하여금 크게 화를 내게 하고 분노케 한다.미국에서 근년 지휘체제상 월남전에 참가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실제 월남전의 해전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해군제독이 월남전참전 훈장을 달고 다닌다고 매스컴에서 가십거리로 들먹거리자 자존심이 몹시 상한 그는 자결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국민스타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여배우의 희생은 따져보면 그녀의 자존감을 건드린 무모한 네티즌들의 언어폭력 때문일 것이다. 홈드라마에서 우리는 돈 많은 사돈측이 가난한 사돈의 자존감을 모른 체 얕잡아보고 무슨 딜을 해보려 돈봉투를 내밀었다가 도로 날라오는 돈봉투에 뺨대기를 얻어맞는 통쾌한 장면을 보기도 한다.


자존감은 인생을 이끌어 가는 동력을 주는 견인차 역할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자존감을 세우고 살리기 위해 인고하며 피나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고시에 붙고 전문가가 되고 사장 회장 자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이어(Myer)는 최근 그의 연구에서 인간의 행복감을 만들어내는 네 가지 심리적 특성을 첫째가 자존감이고 그 다음 통제력 외향성향 그리고 낙천주의 기질로 꼽았다. 자기 존재와 가치를 알고 자기의 장단점을 인지하고 진정한 잠재력을 알아내어 자신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화한 다음 타인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때 행복감이 찾아든다는 것이다.

만년스타 송해가 사회하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우리 xx동기 자존심 김xx 필승’라고 쓴 프랭카드를 동네사람들이 흔드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시쳇말로 쿨한 표현을 썼다. 자존심까지 내걸고 달려드는 동네사람들 앞에 아마도 심사위원들은 그 자존심 아무개 때문에 무척 고민했을 것이다. 마슬로는 사람의 욕구에서 밥 먹고 잠자고 신진대사 하는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고 안정감을 얻
고 개인적 사랑의 욕구가 이루어진 다음에 오는 것이 이 자존감을 지키겠다는 욕구라 했다. 이렇게 삶의 기본욕구이고 행동의 동기를 자아내고 있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인간에 내재해 있는 잠재능력을 계속 계발해 가면서 인간의 완전성을 향해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있어야 정확하게 자기 평가를 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응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공을 알아차리며 그 가치를 존경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가 가지는 자존감을 감싸주고 보듬어 줄 때 우리는 나르시시즘에 매몰되지 않고 우월감에로도 굴절되지 않는 자신과 타인과의 훌륭한 관계가 전향적으로 이루어 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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