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담보의 함정

2009-1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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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원을 제압한 조조군의 백만 대군이 강동의 오나라만 깨트리면 명실상부한 천하통일을 할 수 있었던 그 당시의 전황에서 피할 수 없게 전개된 것이 삼국지에 나오는 싸움 중 하이라이트인 ‘적벽대전’이다.

수적으로 열세에 있던 오나라는 조조군의 대군과 맞서기 위하여 그 당시 변변한 근거지도 없던 유비의 참모 제갈량과 연합군이라는 동맹관계를 맺게 된다.
물 위에서 싸우는 수전에서 만큼은 아주 강했던 오나라에 비하여 조조는 막대한 대군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수전에서는 약하다는 약점이 있어서 조조의 근심은 여간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약점을 역 이용하기 위하여 제갈량은 자신에 버금가는 전략가 방통을 조조에게 위장 귀순하도록 하여 조조에게 전략을 자문하게 된다. 그는 승리의 묘책은 수많은 배를 쇠사슬로 연결해 배의 동요를 줄이면 군사들의 배 멀미를 막을 수 있고 결국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묘안이었다. 조조가 이를 받아들여서 조조의 수많은 배는 마침내 쇠사슬로 묶여서 하나의 거대한 함대를 이루어 물 위에 떠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군사들의 배 멀미는 막을 수 있었으나 적군으로부터 화공을 당하면서 동시에 모든 배가 불타 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자초한 결과를 가져 왔다. 유황과 같은 인화 물질을 가득 실은 화공선의 공격으로 조조의 거대한 함대가 속수무책으로 화공을 당하게 되어 이 유명한 싸움에서 대패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묘안 속에는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요소가 숨겨져 있음을 지나처 버리는 것이 우리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한 고객이 분산 투자의 이론을 받아들여서 여러 곳에 부동산을 매입한 일이 있었다.

당연히 매물마다 캐시로 투자하지 않는 한 융자를 받게 되었고 이 융자금액에 대한 담보는 해당 매물에만 국한하여 통상적인 방법대로 매월 융자상환을 하도록 함은 물론이었다. 이러한 경우 제때에 융자상환을 계속하는 한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예기치 않았던 불경기로 사업용 부동산에도 수입 지출의 균형이 깨어지게 되면서 마침내 융자 재조정(loan modification)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게 되었고 이 고객도 마침내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투자 손실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융자기관은 융자기관대로 평소에는 예상하지도 않았던 특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서로 살아남기 위하여 융자내용을 재조정하도록 합의하는데까지 이르게 됐다.

어떻게 보면 다행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융자 규정을 잘 이행하지 못하면 이를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은 강제로 매각하여 융자금액을 회수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고객의 실제적인 융자 재조정 내용은 높은 이자를 낮은 이자로 변경하여 월 상환액을 적게 함으로써 부동산의 수입 지출 균형을 맞추게 하는 대신 투자 소유한 다른 부동산을 상호 연결하여 담보(cross collateral)를 설정하도록 하는 묘안이었다.

수많은 배를 하나로 묶어 배의 동요를 적게해 배 멀미를 줄이자는 것처럼 여러 부동산을 연대 보증하도록 하여 월 융자 상환액을 줄여주는 묘책인 셈이다.


군사가 배 멀미를 하지 않은 것처럼 이자를 낮게 한 월 상환액의 재조정으로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이 어느 경우에는 유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한 부동산이 융자 재조정을 하고 나서도 어느 한 부동산이 회생하지 못할 경우에는 연대보증한 다른 부동산에도 그 여파가 미쳐서 마치 조조의 백만 대군이 적벽대전에서 그 수많은 배를 쇠사슬로 묶었었기 때문에 대패를 당한 것처럼 부동산의 융자조건을 유리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cross collateral로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큰 손실을 모면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213)272-6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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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김 / 뉴스타부동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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