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넷 홍의 가구 이야기 - 가구의 역사 (4)

2009-11-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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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구

지난 시간에는 전반적인 가구역사의 흐름을 따라 대량생산의 단계까지 오게 되면서 모던스타일의 가구 출현까지 언급해 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스페인 가구의 발전사에 대해 알아보겠다.

1516년 찰스 5세가 스페인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찰스 5세는 나폴리, 시실리 왕국을 포함한 함스부르그 왕조의 가풍을 이어받아 스페인에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그것이 가구를 포함한 예술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찰스 5세의 가구 스타일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장식 요소를 많이 가미하여 발전하게 되는데 큐피드 같은 발가벗은 어린이상, 월계수잎 장식, 새, 조개무늬, 장식용으로 쓰이는 각종 병이나 항아리 모양의 기다란 단지(Urn), 화병, 트로피 등에서 많은 모티브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스페인 가구들은 이러한 장식의 요소들이 화려하게 표현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상당히 단조로운 엄격한 직선 형태의 라인에 부분부분 새겨 넣은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과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았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디테일한 장식들은 독일이나 플란더스 지방의 예술가들에 의해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수도승 의자(Monk’s Chair)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이 의자는 그저 심플한 라인의 딱딱한 나무의자에 가죽을 앉는 부분에 대고 못으로 박아놓은 스타일의 가구인데 바로 이 스타일이 스페인 스타일 암체어의 시초가 되게 된다. 스페인의 가구와 독일의 가구는 쭉 내려뻗는 전체적인 심플한 라인 속에 새겨 넣은 현란한 장식이라는 점에서 그 느낌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기에 오면서부터는 스페인도 어쩔 수 없이 프랑스나 영국 가구 스타일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의자의 다리들이 직선에서 커브가 있는 곡선으로 바뀌게 되고 의자의 등받이에도 cane back(구멍이 숭숭 뚫어진 등나무 가구 같은 모양)이 아름다운 가장자리 장식 프레임을 가지게 되고 스페인 특유의 H자 모양의 등받이도 이 시기에 디자인되고 의자의 앉는 부분도 크나 다른 천으로 대체되게 된다.

스페인 가구가 비록 프랑스 루이 16세, 로코코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들이 가미된 요소일 뿐 스페인 가구 특유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소박한 절제된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써 우아하면서도 스페셜한 맛이 있는 가구 스타일로 남아 있다.

동양의 문화가 그 자체로 엄격히 단일문화가 될 수 없고 한국, 일본, 중국의 문화가 상호간 영향을 끼치면서 발전해 가듯이 유럽의 문화도 국경을 넘어 서로간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 나라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완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이치인 것 같다.

다음 시간에도 이어서 어떤 다른 스타일의 가구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213-380-3222

자넷 홍 / St. Austin 가구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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