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의 호루라기 - 만족스러운 일

2009-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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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확인해 보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가을에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그것을 하고 있는가?

저는 목사입니다. 제가 할 일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목사의 아들로 자라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와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목사가 되기를 거부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시절 저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뜻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도록 전달되었고, 저는 그 뜻을 따라 목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저의 마음에 전달되었던 하나님의 뜻은 1세 한인교회와 2세들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이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목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목적입니다. 저는 그 일만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설교가도, 큰 교회의 당회장이 안 되어도 좋은데, 그 일만큼은 꼭 잘 하고 싶습니다.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이 목적을 확인해 보곤 합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하고 있는가? 혹시 쓸 데 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잘 하려고 지나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는 병자들을 잘 고쳐 주기만 하면 될 텐데 자꾸 다른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옷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옷만 잘 만들면 될 텐데 자꾸 다른 아이템들을 쳐다봅니다. 친구에게는 그저 친한 사람이 되어 주면 될 텐데 자꾸 보호자나 선생처럼 가르치려고 합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면 될 텐데 자꾸 교회라는 기업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왜 사람들은 자기의 일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속담에도 ‘한 우물을 파라’고 했고, 성경에도 초심, 즉 ‘처음의 마음’을 잃지 말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자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목적의식의 결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시작이 중요합니다. 삶의 방향을 잡고 직업을 선택할 때에 분명한 목적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입만 생각하고 직업을 정하게 되면 분명 나중에 지치게 되고 다른 마음을 품게 될 것입니다. 외모만 보고 결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이겠지요.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평생을 보람 있게 일하고 만족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가면서 수시로 목적과 의미를 내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합니다. 우리의 초심과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어떤 일이든 분명한 목적과 개인적인 의미가 부여된다면 우리에게 만족과 기쁨, 그리고 감사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서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욱 목사(하나크리스천센터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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