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 지금은 집을 살 때

2009-10-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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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한지 10여년이 넘는 한 동료 에이전트가 말한다. “생각 나니? 셀러 마켓이라며 셀러가 너무 힘들게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바이어의 마켓이라며 바이어들이 자꾸 사기를 망설여 또 어렵구나. 싸게 나온 은행 매물은 서로 경쟁이 붙어 놓치기 일쑤이고.”

웃는 눈과 입 주위에 잔주름이 가득하다. 10년 전만해도 단발의 금발 머리와 푸른 눈, 스스로를 예쁜 블론디라 불러도 얄밉지 않고 상큼하던 그녀, 그 사이 남편이 먼저 세상을 하직하고 아이들이 장성하며 떠나는 것을 옆방에서 지켜보며 일해왔다. 이제는 금발의 어린 손자 손녀들이 사무실에 놀러들 온다. 이렇게 서로 늙는구나. 가슴 한 켠으로 서늘한 바람이 인다. 세월이 참 쉽게 오고 또 간다. 벌써 연말이 가깝다.

그렇게 늙는 세월 동안 에이전트로서 지켜보니 떨어지면 오르고, 오르면 떨어지는 것이 부동산이다. 10년 단위로 보면 그러나 대단히 의미 있는 재산 증식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중간 가격을 살펴보면 9만9,550달러(1980년), 19만3,770달러(1990년), 24만1,350달러(2000년), 55만3,000달러(2008년)(CAR 자료) 등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장소이며 공유하는 시간이다. 지금 집을 사야 하는 첫째 이유이다.


투자용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의 구입 또한 고려한다. 이자율이 기록적으로 낮다. 회사 미팅에 초청된 60대 중반의 한 연사, 1970년에 에이전트를 시작했는데 그 때 은행 이자율이 20%를 상회했다 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이 지금 집을 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열변을 토하여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1980년대 부동산이 폭등했을때 10~12%, 1990년대 중반 땅바닥까지 하락하였을 때도 이자율은 8% 정도였다. 현재 약5%, 지금이 지나고 나면 앞으로 20년 안에 또다시 이처럼 낮은 이자율을 구경이나 할 수 있을까? 지금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셋째, 사려고 해도 왜 이리 매물이 없는 거죠? 모르는 소리이다. 몇 년 전만해도 고를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매물이 나오면 곧 바로 팔리고 웃돈 얹어 가면서라도 사고 싶어 했다. 가격이 좋고 이자율도 좋고 기다리면 또 나오려니 바이어들이 느긋해진 것일 뿐이다. 2004년에는 매매의 57% 이상이 복수 오퍼가 몰리면서 물건이 팔렸다. 2007년에는 28%, 올해는 싯가보다 20~30% 헐값에 나오는 은행 매물들 이외에는 복수 오퍼가 없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게 꼭 필요한 집 또 그 외 많은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가며 결정을 잘 할 수 있는 좋은 마켓이다. 많은 셀러들의 집이 4~5개월 혹은 그 이상 팔리지 않으며 가격도 내리고, 더 흥정을 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

넷째, 바닥을 칠 때 사자는 잊어라. 꼭지점에 팔 걸 후회하는 지금의 셀러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투자에 있어서 바닥과 꼭짓점이 항상 내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의 꿈이다.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고 그들의 이야기가 널리 회자되며 그들이 쓴 책이 잘 팔리는 것은 또한 그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하다는 뜻이다.

다운페이 할 현금이 모여지지 않아서, 더 기다리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서 또 크레딧 점수가 좋지 않아서 개인마다 절박한 이유들이 있다. 본인 사정에 맞게 집을 사는 일에 투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지금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한다. 10년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이럴까 저럴까 또 하다보면 집 사는 최적의 시기를 지나 다시 셀러 마캣이 돌아온다.

은행에 집을 넘기며 그때 팔 걸 한탄하는 지금의 셀러들을 보며 그 때 살 걸, 무리를 해서라도 살 걸 후회하는 몇 년 후의 바이어들을 떠올린다.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818)317-8525
sunnyyms@pacbe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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