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칼럼 - 게으른 사람의 뒷모습은 어떨까?

2009-09-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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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에서 만난 주유소를 5곳 경영하는 어느 부자 친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직접 석유를 배달하면서 느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하루는 자신이 사장이지만 부득이 석유를 직접 배달을 해야 할 일이 생겨 부촌 마을로 알려진 어느 빌라 단지로 배달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배달을 가는 집이 부촌으로 소문난 빌라라 집 주인이 품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단다. 그러나 막상 배달을 가보니 집 주인이 석유통를 “여기 놓아라, 저기 놓아라”는 명령조로 말하더라는 것이다. 친구는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으나 고객을 섬기는 마음으로 예, 예하면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한다. 친구는 이 주인이 좀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든 일을 끝내고 그 집을 나서려고 하자 이번에는 ‘대문을 잘 닫고 가라’고 시키더라는 것이다. 기름 배달 온 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며 부자 친구는 사람을 고용하고 일을 시키는 데도 예의가 있어야겠다고 스스로 교육으로 삼으며 돌아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며칠 후 주유소에 일자리가 없냐고 찾아온 사람이 바로 그 주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주유소 사장이 그 사람을 채용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우리 일상에서도 세일즈맨이라면 어느 업소에서 문 좀 닫고 가세요라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일이다. 남의 가게나 사무실을 다니는 사람들은 문이 열려 있나 보다 하고 생각 없이 그냥 나가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이를 두고 뒤통수에다 대고 불평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문을 열고, 닫는 것 하나도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그 일을 즐겨하지만 고용의식을 가진 사람은 문 열고 닫는 것조차도 귀찮아한다.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다.

게으르거나 의타심이 있는 사람은 평생 진보가 없기 때문에 직원을 고용해서 시킨다는 개념만 있지 그 직원의 발전을 위해 성장시킨다는 개념은 거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용한 사람은 회사에서 성공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현명한 오너이기도 하다. 게으른 사람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말이 있다. 누가 무엇을 시키면 변명과 불만만 털어놓는 사람은 희망이 없을 뿐 아니라 키우려 해도 크지도 않고 스스로 자라지도 않는다. 나는 게으른 부자보다 부지런한 거지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부동산 사업을 하기 전에 미국인 운영 청소회사에서 근무할 때이다. 장마철이 되면 거래처의 오피스에 비가 새는 곳이 가끔 있는데 그때 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보통은 늦은 밤이거나 새벽인 시간이었다. 그때 필자가 모셨던 사장은 근무시간이 끝난 터라 여기 저기 직원들에게 지시 아닌 부탁을 하다가 거절당하면 나에게 전화를 했다. 당시 필자는 퇴근 후에도 사장에게 전화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스프링 총알처럼 뛰어나갔다. 퇴근 후의 회사 일은 귀찮은 것이 아니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평소 여겼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언제나 다른 직원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과 어려운 시간에는 나에게 일을 시켰고, 나는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이 순종을 했다. 이같은 신뢰로 말미암아 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사장은 유래 없는 배려를 해주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도 필자는 그 사장과 30년 가까운 시간을 끈끈한 우정으로 이어오고 있다.

게으른 사람의 뒷모습을 보라! 얼마나 어깨가 지쳐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웬만한 일은 내가 직접 일하기를 좋아 한다. 그래서 어느 비서는 나와 다니면 미안다고 했다. 왜냐하면 때로는 비서가 할 일을 내가 먼저 하는 습관이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일에 있어 남에게 미루지 말고 내 복은 내가 챙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며 이것은 성공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음미하는 것도 인생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 개인의 바쁨은 많은 이에게 편리함을 주고 주위를 기쁘게 하니 말이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www.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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