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늦어도 2011년 바닥 찍고 2012년 반등”

2009-08-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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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 향방 전문가들의 진단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바닥논쟁’이 뜨겁다. 주택가격이 이미 바닥을 쳤다, 혹은 1~2년은 더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바닥에 근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여럿 보이기도 한다. 그간 투자 적기를 호시탐탐 노려왔던 부동산 투자자들이 현재 부동산 매매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고 실수요자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주택시장에 대거 뛰어들 참이다.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발표들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주택시장의 바닥을 정확히 점치기는 힘들지만 그 시기가 늦어도 2011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2012년까지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한 신용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이때부터는 지역별 이슈에 따라 주택 가격이 변동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차압사태 우려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
정부 융자 재조정 프로그램도 효과 적어
올해 말까진 완만한 하락 면치 못할 듯
휴스턴·시애틀 등은 빠른 회복세 예상


◇ 아직 바닥 아니다

지금의 주택시장을 바닥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7월 중 미국 주택 압류 신청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대대적인 차압사태가 다시 한번 예상된다. 이로인해 당분간 주택가격의 반등보다는 하락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는 융자 재조정 프로그램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의 처리 속도가 거북이 걸음인데다 재조정을 받은 주택 소유주 중 상당수가 재조정 후 1년 내에 다시 연체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숏세일이나 차압을 선택하게 될 경우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 것도 주택시장의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난 7월 실업률이 소폭이나마 ‘깜짝 하락’했다고는 하나 올 연말까지 오히려 더 높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에 소득수준은 지난 수년간 제자리 걸음이어서 선뜻 주택구입에 나설 수 있는 바이어가 그다지 많지 않다.

주머니가 든든한 소비자들도 10년도 채 안되는 기간 두번의 굵직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갑을 굳게 닫은 상태다. 지난 2000년부터 약 3년여간 지속된 이른바 ‘닷컴 붕괴’를 지켜보며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이 은행들의 줄도산을 몰고온 신용위기가 터지자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려면 적어도 수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엄격해진 융자심사 규정도 주택시장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전보다 다운페이먼트를 많이 해야 함과 동시에 소득을 철저히 증명해야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FHA론을 통해 크레딧이 안좋은 바이어들도 낮은 다운페이먼트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융자의 특성상 FHA 바이어들은 40만달러를 웃도는 매물은 소화해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40만달러를 넘는 매물들은 가만히 앉아서 가격 하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신용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주택시장의 재고 물량이 줄어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2012년쯤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11년 하반기 바닥

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푸어스의 데이빗 와이스 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2010년까지는 완만한 하락을 지속하다가 이듬해인 2011년부터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와이스는 “소비자들의 소득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쯤부터 주택가격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통계에서도 미전국 중간 주택 가격이 2012년말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조사됐다. 회사는 자체 통계지수를 통해 적어도 올해말까지는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연방 센서스국이 정한 디비전 9곳의 단독주택 가격을 지수화한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전국의 중간주택 가격은 올해 지난해보다 약 16% 정도 하락하면서 내년에는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측됐다.

만약 예측대로라면 지난해 4분기 약 18만달러로 조사됐던 전국 중간주택 가격은 올해 4분기에 약 15만2,000달러까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회사는 또 중간주택 가격이 2012년 말쯤에는 약 17만9,000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각 경제연구기관들이 부동산 경기회복 시점을 2012년으로 꼽는 이유는 경제회복시기와 무관하지 않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3%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내년부터 성장세로 전환돼 2010년에는 1.4%, 2011년에는 4.7.%, 2012년에는 5.7%로 성장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와 메릴랜드주립대의 카멘 라인하트 연구팀에 의하면 주택가격은 대규모 금융위기 발생 후 평균 약 6년간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06년을 금융위기의 시발점으로 본다면 늦어도 2012년까지는 주택가격의 하락이 멈출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해 준다.

주택시장의 공급과잉을 초래해 주택가격의 하락을 부추겼던 건설업계도 그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신규주택 건설을 중단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이 붐을 이루던 2006년을 전후해 한해 필요물량인 약 150만여채를 웃돌게 쏟아져 나오던 신규주택의 숫자가 최근에는 연간 약 50만여채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따른 주택시장의 재고량 감소로 2012년부터는 수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돼 주택가격 회복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 지역별 주택가격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경제전문잡지 비즈니스 위크지가 위스콘신 브룩필드에 위치한 연구기관 ‘파이서브’(Fiserv)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선, LA지역의 주택가격 하락폭이 타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크다. 글렌데일, 롱비치를 포함하는 LA 일원의 중간주택가격은2008년 4분기 약 35만달러에서 2012년에는 약 25만3,328달러로 떨어질 전망이다.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메사-스캇츠데일 지역과 네바다주의 라스베가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해 같은 기간 피닉스의 주택가격은 16만9,000달러에서 14만1,859달러로, 라스베가스는 21만2,000달러에서 18만4,917달러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텍사스주의 휴스턴 지역과 워싱턴주의 시애틀 지역은 빠른 회복세가 전망됐다. 휴스턴의 경우 2008년 4분기 16만달러로 조사됐던 중간주택 가격이 2012년 16만471달러로 소폭 오를 전망이고 시애틀은 같은 기간 39만5,000달러에서 41만3,966달러로 올라 상승폭이 비교적 클 것으로 기대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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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은 2012년 초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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