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0년전 OC 성당서 신앙생활한 고교생·어린이 한 성당서 함께 사목한다

2009-07-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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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토마스성당 김기현·이유진 신부
주임-보좌신부로 ‘재회의 기쁨’


1979년 오렌지카운티에서 한 한인 성당을 다녔던 꿈 많은 고교생과 총명한 5세 어린이가 무려 30년의 세월을 넘어 한 성당의 사제로서 함께 사목하게 돼 화제다.

옛날 웨스트민스터 한국순교자 성당에서 나란히 신앙생활을 했던 성토마스 성당(412 N. Crescent Way, Anaheim) 김기현 주임신부와 이유진 보좌신부가 주인공.


사목현장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반가운 재회는 지난 6월 오렌지카운티 교구 타드 브라운 주교가 7월1일자로 성엘리자벳 성당 주임신부였던 이유진 신부를 성토마스 성당 보좌신부로 임명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이들의 인연은 이민 1.5세인 김 신부와 2세인 이 신부가 모두 미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한인 신부 두 사람이 한 성당에서 사목하는 경우는 동부지역에서는 한 두 차례 있었으나 서부지역에서는 처음이다. 더욱이 같은 성당 출신 한인 신부들이 한 성당에서 하느님과 신자들을 섬기는 일은 미주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성토마스 성당은 지난 1987년 순교자 성당에서 분가해 세워졌기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자신들을 키워주었던 믿음의 둥지에서 해후해 힘을 합해 사목하는 특별한 기쁨을 누리게 된 셈이다.

남가주 한인 성당들은 이민자들의 신앙공동체임에도 불구, 이곳에서 자란 한인 젊은이들이 가톨릭 신학교를 가는 사례가 적어 대부분 한국 지역 교구에서 파견된 신부들이 주임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김 신부는 “이 신부님이 우리 성당으로 오게 돼 너무나 반갑다. 언젠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생각보다 그 날이 빨리 왔다. 30년간 유지해 온 좋은 관계를 파트너로서 사목하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신부는 “성토마스 성당에 도착해 김 신부님을 만났을 때 묘한 기분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둘 다 신부가 되어서 같은 성당에서 만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더욱 펼쳐지기를 꿈꾸고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앞으로 더 활발한 사목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신자들도 지난 5년간 기도해 온 새 성전이 완공(8월22일 예정)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일어난 이번 일을 “하느님이 우리 공동체에 복을 주시는 증거”라며 겹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5번 프리웨이 바로 옆에 위치한 성토마스 성당은 신자 증가에 따른 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여름 성전 건축을 시작했다. 동서양의 조화를 컨셉으로 한 새 성전은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만6,000스퀘어피트 규모로 십자가의 길 14처, 성체조배실, 세례성사대, 최신 시청각 시설, 500석 규모 회관, 350대 규모 주차장, 부엌시설, 청소년 회관, 운동시설, 종탑, 가든, 분수대 등도 갖추게 된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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