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 - 모얄레 크리스천 스쿨

2009-07-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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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와 에티오피아 국경 지대, 모얄레는 이슬람 지역이다. 땅은 척박하고 주민들은 가난하다. 이곳에 4년 전 문을 연 크리스천 고등학교에는 이원철 선교사와 7명의 헌신된 현지인 교사들이 1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와 기숙사 건물은 바락크에 파란 함석지붕인데 쌓아올린 벽돌 한 장 한 장, 먼지 이는 붉은 황토 흙의 운동장 부지 모두 후원자들의 기도와 선교사의 땀이 배어 있다.

우리 단기선교팀 일행은 나이로비에서 국제선교단체 ‘MAF’ 소속의 선교사가 조종하는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타고 2시간 반 만에 모얄레에 도착했다. 치과의사가 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이웃 마을까지 퍼져 학생들, 인근 군부대 장병들, 국경지역 주민들까지 환자는 끝이 없었다. 함께 가신 P목사님은 학생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나는 방학을 맞아 선교여행의 파트너가 된 13, 15세 두 아이의 도움, 그리고 현지 학생 이브라힘의 통역으로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모얄레에는 얼마 전 케냐 정부에서 처음 치과의자 1대를 설치하였는데, 의사가 없어서 방치되었던 이 유닛 체어가 큰 도움이 되었다. 새벽부터 몰려든 환자를 분류하고 주사 바늘을 갈아끼거나 약을 나누어주는 일로 아이들의 손길도 바빴고 나는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느라 밤에는 온몸이 흐늘거릴 정도로 피곤했으나 집회에 몰려든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새 힘을 얻게 했다.
집회 시작 전 찬양을 할 때마다 주님이 그 자리에 와계심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팀은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 말 들으사’와 ‘나의 영원하신 기업 생명보다 귀하다’를, 준비해 간 바이얼린, 플룻, 하모니카, 드럼 반주에 맞추어 한국말로 불렀고 현지 학생들은 같은 곡조에 맞추어 보란 부족어로 불러 화음을 맞추었다. 그들은 평소에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야기하지만 찬양을 할 때면 온 힘을 다해 목청을 돋우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찬양은 난생 처음 들어보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성경을 읽으며 말씀을 나누는 시간은 은혜가 흘러넘쳤다. 집회 때마다 크리스천 학생들 뒤편으로 무슬림 학생들이 슬며시 들어와 경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말씀에 이은 초청시간에는 몇몇 학생들이 새로 주님을 영접하며 결신하였고 주일에는 모얄레교회 연합으로 주민들과 학생, 군인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과 드린 마지막 집회에서는 10명의 현지인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님께 드리는 결단을 하였다.


세상에는 단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기적을 절대 믿지 않는 사람, 그리고 또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 지난 4년 간 모얄레 크리스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가 기적이다. 이슬람권에 크리스천 학교가 세워진 일부터 물 한 방울 없는 땅에서 우기가 되면 지붕에 내리는 빗물을 받아 학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그 분의 손길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올해 난생 처음 나이로비 수학여행을 가보려던 학생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비를 낼 수 있는 가정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이면 첫 졸업생을 낸다. 우리 선교팀이 모얄레 땅에서 한 일은 그분이 이미 다 이루신 일들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며 또 하나의 기적을 체험한 것 뿐이다. 할렐루야!


김범수(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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